[프로야구]'지도자 선동렬' 그날은 언제…

  • 입력 2001년 11월 28일 18시 33분


한국 프로야구에서 선동렬(38)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그가 일본으로 떠나자 비로소 선수가 팀을 옮길 권한을 갖는 자유계약선수 제도가 도입됐고, 그가 돌아오자 ‘족보’에도 없던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홍보위원이란 직책이 신설됐다.

‘국보급 투수’로 불렸던 실력도 실력이지만 야구 선후배와 팬, 그리고 열띤 취재경쟁을 벌이는 기자들까지 두루 얼싸안는 드넓은 가슴이 그의 매력이자 가장 큰 재산이다.

이런 그가 8개 구단 중 어느 한 팀을 선택해 현역 지도자가 되려고 한다면 한바탕 난리가 날 게 분명하다. 그가 은퇴 후 만 2년간 중립지역인 KBO 소속으로 있었던 것도, 지난 겨울 해외전지훈련 때는 여러 팀의 투수 인스트럭터를 도맡아서 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달이 차면 언젠가 기우는 법. 선동렬도 언젠가는 현장에 복귀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숨기지 못하고 있다. 그는 올 초까지만 해도 “내년(2002년)에는 기필코 어디든 갈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또다시 제자리다. 전 소속팀인 주니치 드래건스의 시즌 납회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에 머무르고 있는 선동렬은 “내년에도 KBO 홍보위원으로서 한국 프로야구의 밑거름이 되겠다”고 밝혔다.

표면에 내세운 잔류 이유는 “박용오 KBO 총재의 임기(2003년 3월)까지는 함께 일하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속내는 좀 더 복잡하다. 선동렬은 지난 겨울 지도자로서도 대성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올 시즌 8개 구단의 코칭스태프 조각이 예상외로 일찍 완료됨에 따라 ‘화려한 데뷔’를 하기에는 아직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 듯하다.

어쨌든 선동렬은 이로써 시즌중인 9월 LG 감독설과 최근 삼성 투수코치설 등 갖은 루머를 잠재우고 모처럼 평상심으로 돌아오게 됐다.

7월 올드스타 올스타전에서 아직도 시속 135㎞의 빠른 공을 뽐냈고 “지금 현역으로 복귀해도 선발 10승 또는 20세이브는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선수생활에 미련을 갖고 있는 선동렬. 그가 지도자로서 그라운드에 서는 날은 과연 언제일까.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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