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손발 안맞은 '채권시장 개입'

  • 입력 2001년 11월 27일 18시 44분


‘금리가 우선인가, 환율이 우선인가.’

26일 채권시장에서는 재정경제부가 국채(외평채)를 팔고, 한국은행은 국채(국고채와 통안증권)를 사들이는 진기한 풍경이 벌어졌다.

재경부는 계속 떨어지는 환율을 견제하기 위해, 한은은 치솟는 시장금리(채권 유통수익률)를 끌어내리기 위해 각각 시장에 개입했다.

결과는 재경부와 한은의 ‘동반 실패’로 나타났다. 외환시장에서는 한국 증시로 몰려든 외국인 투자자들의 환전 요구에 밀려 환율이 10원 가깝게 폭락했고 금리는 상승세를 멈추지 않았다.

재경부와 한은이 제대로 손발을 맞추지 못해 시장조절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이날 외평채 3년물이 6.30%의 금리로 낙찰된 것도 문제다. 정부가 내놓은 3년물 외평채를 샀다가 시장에 되팔지 못할 것을 두려워한 채권딜러들이 가격을 후려치는 바람에 수익률이 치솟은 것. 당일 채권시장에서 3년짜리 국고채 유통수익률은 5.89%였다.

한 채권딜러는 “어차피 정부가 외평채를 환율조절용으로 팔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는 가격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었다”고 ‘싸게 산 비결’을 털어놓았다.

정부는 예상 밖의 높은 금리수준에 놀라 한때 유찰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실제로 유찰시켰다면 정부 공신력은 땅에 떨어지고 국제적인 망신을 살 뻔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정부와 한은은 27일 부랴부랴 금융정책협의회를 열어 “시장안정을 긴밀히 협조하자”고 뒤늦게 약속했다. 채권의 발행시기 및 만기 등을 조정할 당국간 사전협의체도 운영할 계획이다.

한은 관계자는 “상황에 따른 정책 우선순위를 결정해주는 곳이 없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생겼다”며 “재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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