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벤처실업 10만명 육박…닷컴기업 잇단 몰락

  • 입력 2001년 11월 5일 18시 04분



벤처 거품의 붕괴로 ‘벤처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벤처기업이 경제회생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청운의 꿈’을 안고 벤처 업계에 뛰어들었던 수많은 사람이 닷컴(.com)기업의 도산이 잇따르고 살아남은 벤처기업들도 본격적인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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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실업자들 가운데 일부 전문 기술자는 다른 벤처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하지만 별다른 기술이 없는 사무직이나 숙련도가 낮은 엔지니어들은 대부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실업수당에 의존하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실업수당 의지한채 연명▼

우후죽순처럼 생겼던 정보처리학원들도 벤처기업의 쇠퇴로 된서리를 맞아 수강생이 이전에 비해 30∼40%나 줄었다. 과정을 마친 사람들도 취업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벤처 실업자가 어느 정도 되는지는 통계가 없어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정보통신부가 파악하고 있는 정보기술(IT)분야 종사자(대기업 포함)가 1998년 50만6500명에서 올해 42만8600명으로 8만여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벤처 실업자는 8만∼10만명 수준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등록한 벤처기업도 98년 1226개, 99년 2324개, 지난해 2643개로 늘어났지만 올해 들어서는 급격히 줄어 지난달까지 등록한 벤처기업은 268개였다.

벤처기업으로 등록했다가 폐업 등의 이유로 등록이 취소된 업체는 98년 7개, 99년 86개, 지난해 121개였으나 올해에는 9월까지만도 500개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 실업자의 증가는 세계경제의 불황과 IT분야의 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정부의 벤처정책 실패에도 적지 않은 원인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차세대 한국경제의 견인차’가 벤처산업이라며 각종 지원책을 쏟아냈으며 이에 따라 별다른 기술이 없는 벤처기업까지 정부의 돈으로 연명하게 했다. 그러나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벤처붐은 대량 실업 문제가 돼버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 무분별 지원도 원인▼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벤처 실업문제가 사회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金聖植) 박사는 “한시적으로는 정부의 재정 지출을 늘려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내수 진작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방법 외에는 특별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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