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패션밸리’ 동대문 개발논란 뜨겁다

  • 입력 2001년 10월 30일 18시 35분


서울 동대문 상권의 ‘노른자위’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는 중구 을지로 국립의료원 부지가 민간에 매각될 것이라는 소문이 최근 증폭되면서 일부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반대 성명을 내는 등 동대문 일대 개발 문제가 지역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시계획 전공 학자들과 동대문지역 상인들의 모임인 ‘동대문포럼’은 30일 성명을 내고 “국립의료원 매각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동대문시장의 침체 분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패션밸리’로서의 지역상권을 살리면서 서울 도심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환경친화적인 개발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대문포럼은 동대문운동장과 국립의료원을 중심으로 현재 반환이 추진 중인 을지로 미 공병단 부지와 황학동시장 등이 포함되는 약 15만평 규모의 ‘동대문지역 발전 계획안’을 마련해 내년 지방선거 때 주요 이슈로 삼을 계획이다.

▽무엇이 문제인가〓동대문지역 개발 논의는 동대문시장 일대의 침체 분위기를 타고 지난해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한때 ‘패션의 실리콘밸리’란 찬사를 받던 동대문시장은 원화가치 상승과 중국의 저가 의류, 새로운 아이디어 빈곤 등으로 현재 다소 침체된 상태다.

삼성패션연구소 이유순 수석연구원은 “세계 의류시장에서 한국의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90년 7.3%에서 99년 2.6%로 떨어진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9%에서 16.2%로 크게 늘었다”며 “중국 섬유산업이 급격히 성장함에 따라 동대문 의류업계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일대 차도는 24시간 시속 20㎞ 미만의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인도는 노점상과 쇼핑객들이 차지해 보행 환경도 열악한 편이다.

협성대 도시공학과 이재준 교수는 “국립의료원마저 민간에 매각될 경우 평당 1억원을 호가하는 토지 특성상 고밀도 개발이 예상돼 환경과 교통 분야 등이 더 열악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대종 동대문 관광특구추진협의회장도 “동대문시장은 현재도 포화 상태이므로 국립 의료원 자리를 공공 용도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고교 야구와 실업 축구의 ‘산실’인 동대문운동장도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생긴 이후 매년 수십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떻게 개발할까〓구체적으로 용도가 거론되고 있는 곳은 동대문운동장. 경희대 조경학과 김신원 교수는 “미국 뉴욕시는 센트럴파크를 만들어 ‘도심 속의 오아시스’ 기능을 하도록 했다”며 “동대문운동장을 공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4만여평에 이르는 동대문운동장을 공원으로 만들 경우 북한산과 남산을 잇는 ‘녹지축’이 형성돼 강북의 대기환경 개선 효과를 거두는 한편 북쪽으로는 대학로, 남쪽으로는 국립극장을 잇는 ‘문화축’ 구축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한주택공사 도시개발기획단 유상오 연구부장은 “동대문시장이 동아시아의 ‘패션 메카’로 부상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과 시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 일대 토지 이용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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