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보재정 건실화가 핵심이다

  • 입력 2001년 10월 29일 18시 58분


한나라당 의원 24명이 건강보험 재정분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건강보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자민련이 ‘법안처리에 협력할 방침’이라고 한 반면 민주당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의료대란으로 국민이 큰 혼란과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이번 개정안 제출을 놓고 벌써부터 양대 노총과 사회단체들이 ‘수용’과 ‘불가’로 편을 가르고 있으니 걱정스럽다.

건강보험 통합의 문제점은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 왔다. 정부는 건강보험 통합의 명분으로 보험료 경감, 국고지원 감소, 보험료 형평 부과 등을 내세웠지만 이 중 한가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보험료는 통합 전에 비해 50% 이상 올랐고 올해 재정 적자만도 4조원에 이른다. 또한 직장가입자의 소득이 100% 드러나는 데 반해 지역가입자의 소득 파악률은 30%가 채 안 돼 형평성 있는 보험료 부과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불평등한 보험료 부과를 놓고 직장가입자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정부는 지난해 7월 직장의료보험과 지역의료보험을 합친 건강보험공단을 출범시키면서 재정통합은 내년 1월로 미루겠다고 했다가 올 6월에는 다시 법적 통합은 하되 앞으로 5년 동안 장부상 재정관리는 따로 한다는 편법을 내놓았다. 이는 결국 정부 스스로 재정통합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통령의 재정통합 공약을 지키기 위한 눈가림식 방안’이라고 비난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통합이냐, 분리냐를 놓고 티격태격하는 것은 또 다른 혼란만을 불러올 뿐이다. 문제점을 치유하지 않은 채 이대로 통합을 강행할 경우 가뜩이나 적자에 허덕이는 건강보험 재정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악화될 것이 뻔하다. 그렇다고 원점으로 돌아가면 국민부담만 더 늘어난다. 재정 분리를 할 경우 최소한 지금까지 통합하느라 든 비용만큼 더 들어가리라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따라서 지금은 여야가 소모적인 대결보다는 어떻게 하면 파탄 직전의 건강보험 재정을 살리느냐를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건강보험이 건실해지면 재정통합 문제도 저절로 해결된다. 어차피 내년 1월의 재정통합은 어려워진 만큼 시한에 얽매이지 말고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역의보 가입자의 소득 파악률을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끌어올려 직장근로자든 자영업자든 수입에 따라 투명하게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갈등의 소지를 없애고 재정통합을 앞당길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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