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OK! BK…김병현 2이닝 완벽 마무리

  • 입력 2001년 10월 22일 18시 20분


김병현(가운데)이 경기종료 직후 1루수 에루비엘 두라조(오른쪽)와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김병현(가운데)이 경기종료 직후 1루수 에루비엘 두라조(오른쪽)와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빅 유닛(거인)’ 랜디 존슨은 심히 불쾌한 표정이었다. 투구수가 118개에 이르렀고 3-2로 쫓기긴 했지만 7회까지 삼진 8개를 잡는 위력 시범을 보이고 있던 터. 1점차의 아슬아슬한 리드 상황에서 한때 ‘롤러 코스터’로까지 불렸던 22세의 풋내기 김병현에게 2이닝을 맡기는 게 영 마음이 놓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런 존슨도 김병현의 춤을 추는 강속구가 하나씩 뿌려질 때마다 더그아웃에서 일어나 환호를 보내기에 바빴다.

신생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22일 존슨-김병현으로 이어지는 철벽 계투에 힘입어 7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른 명문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4승1패로 몰아붙이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사상 가장 빠른 ‘창단 4년만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이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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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의 홈구장인 터너필드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 애리조나에는 행운이 따랐다. 존슨과 톰 글래빈의 선발 맞대결로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지던 4회초 애리조나는 1사후 안타를 치고 나간 마크 그레이스가 버니 윌리엄스의 볼넷에 이은 토니 바티스타의 안타로 홈인할 때 허벅지 근육통을 일으킨 게 전화위복이 됐다.

애리조나는 곧이은 4회말 삼성 출신 훌리오 프랑코의 1점홈런으로 동점을 허용했지만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크레이그 카운셀이 곧이은 5회초 실책으로 나간 뒤 그레이스가 빠진 타석에 대타로 나간 에루비엘 두라조가 왼쪽으로 밀어서 넘기는 2점홈런을 날려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김병현은 존슨이 프랑코에게 또다시 적시타를 맞아 1점을 내준 뒤인 8회말 구원등판했다. 김병현은 5번 강타자 앤드루 존스를 1루수 파울플라이, 하비 로페스를 2루수 뜬공, 대타 데이브 마르티네스를 3루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간단하게 이닝을 끝냈다.

9회에도 애틀랜타는 김병현의 어뢰투에 속수무책이었다. 김병현은 레이 산체스를 삼진으로 잡은 뒤 대타 케이스 록하트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지만 톱타자 마르쿠스 자일스를 3구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냈고 이날 가장 타격감이 좋은 프랑코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 경기를 끝냈다. 포스트시즌 4경기에서 3세이브에 6과 3분의 1이닝 1안타 무실점.

존슨을 비롯한 애리조나 선수단은 팀의 월드시리즈 진출이 확정되자 한꺼번에 마운드로 달려나가 김병현을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김병현이 동양인 사상 처음으로 마운드를 밟게 될 월드시리즈 1차전은 28일 애리조나의 홈구장인 뱅크원볼파크에서 열린다.

한편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선 뉴욕 양키스가 8회 버니 윌리엄스의 동점 1점홈런에 이어 9회 신인 알폰소 소리아노의 끝내기 2점홈런에 힘입어 시애틀 매리너스에 3-1로 역전승을 거두고 3승1패를 기록, 4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을 눈앞에 뒀다.

지난해부터 포스트시즌 7경기 연속 무실점(4세이브) 행진을 벌이고 있던 시애틀의 마무리 사사키 가즈히로는 불과 3분의 1이닝 만에 2안타 2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고 8경기 연속안타를 치고 있던 스즈키 이치로는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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