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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8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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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 전화는 우리나라 공공기관에서도 오래 전부터 심각한 골칫거리였다. 더욱이 올해 발신자 표시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쑥 들어갔던 장난 전화가 미국 테러참사 이후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엊그제는 공중전화에서 112에 전화를 걸어 여의도 63빌딩을 폭파하겠다고 협박하던 사람이 경찰의 발신지 추적으로 현장에서 붙잡혔다. 지난달엔 위험물이 실렸다는 거짓 신고로 항공기 출발이 지연되고 소동이 벌어진 일도 있었다.
▷도대체 장난 전화를 거는 사람들의 심리는 어떤 것일까. 붙잡고 나서 물어보면 대부분 ‘재미로’ 했다고 한다지만 정신과 의사 정혜신씨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불만을 가진 사람이 혼란을 틈타 사회를 향해 적개심을 표출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진단을 내놓는다. 그렇다면 이건 테러범의 심리와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예전과 달리 요즘 테러범들은 불특정 다수를 향해 범죄를 저지른다는 게 큰 특징이니까.
▷요즘처럼 전세계가 ‘테러 노이로제’에 걸려 있는 시절에 거는 장난 전화는 더 이상 ‘장난’이 될 수 없다. 막대한 경찰력과 공공자원이 낭비되는 데다 정작 진짜 신고전화는 그 속에 파묻혀 적절한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 사회적으로 공포감을 확산시키는 것은 더 큰 ‘죄’다. 이제는 발신자 추적도 가능해진 만큼 장난 전화를 즐기다가는 큰코다친다.
<송문홍논설위원>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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