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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7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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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국민자산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투자 의사결정 체제에서 ‘참여 민주주의’ 방식을 도입하다 보니 21명이나 되는 기금운용위원회 위원들이 모이는 회의가 소집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장기적인 기금정책이 없고 포트폴리오 구성에서도 정부부처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또 내년도 국채 발행분의 70%를 국민연금측에서 가져가겠다고 나서 채권시장이 출렁이는 등 금융시장 왜곡현상도 예상된다.
▽운용위원회 관리감독 체계 운용 부실〓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위원장 보건복지부장관)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연 4차례 회의를 열도록 돼 있다.
21명의 위원 가운데 정부부처 차관이 5명이다. 사용자단체와 근로자단체에서 각 3명씩 참석하고 지역가입자 대표도 6명이 위원으로 들어 있다. 문제는 비전문가들이 많아 회의에서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것.
한 정부부처 운용위원은 “차관들이 바빠 거의 안 나오는데다 노동계와 시민단체까지 멤버로 들어 있어 회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과반수 출석이 이뤄지지 않아 회의가 연기되는 해프닝도 최근 발생했다.
이 회의는 대리참석이 불가능하도록 규정돼 있어 회의를 열 때마다 정족수가 되는지 소동이 빚어진다는 것. 기금운용은 △보건복지부장관의 정책결정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심의 및 의결 △기금운용본부의 투자운용 등 3각체제로 운용되고 있는데 상설조직이 아닌 위원회의 책임성과 전문성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기금운용도 ‘주먹구구’〓장기 기금정책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다. 1년 단위로 주식과 채권에 어떻게 투자할지 전략을 짜지만 포트폴리오 구성전략을 놓고 정부부처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내년도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공부문에서 10조원(응찰기준), 금융부문에서 7조원(유통시장 포함) 등 총 17조원어치의 국채를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이는 내년도에 잡혀 있는 전체 국채발행 물량 25조원의 70%에 해당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내년에 국민연금 규모가 90조원에 이르고 2010년이면 250조원을 굴릴 것으로 예상되는 데 반해 경제상황에 큰 변화가 없는 한 국채는 매년 25조원선에서 발행될 것”이라며 “당장 2003년부터 자산을 어떻게 굴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국채를 많이 살수록 국채금리가 떨어져(채권값 상승) 투자수익률은 덩달아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이 불신을 씻으려면 기금운용 시스템과 관리감독 체계 등을 총체적으로 재검토해 거듭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영해기자>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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