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에게는 억대 브로커가 개입했고 ‘한번 검사는 영원한 검사’라는 말에 걸맞게 전관(前官) 변호사들이 검사 옷을 벗은 후에도 불로소득에 가까운 거액의 수임료를 챙겼다. 또 동향이라는 이유로 동질감을 형성해 온 몇몇 검사들이 국가형벌권이라는 중차대한 공무에 사적 관계를 노골적으로 반영했다.
특감본부는 검찰조직의 위기상황을 고려해 동료 검사를 법정에 세우거나 사표를 받는 조치를 취했지만 검찰의 왜곡된 구조와 관행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유사한 일이 언제라도 되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지적이다.
수십 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 회장의 직분에 걸맞게 이씨에게는 거물 브로커인 여운환(呂運桓·구속)씨가 접근했다. 여씨는 지난해 서울지검의 내사를 받게 된 이씨에게 검찰 관계자에 대한 청탁자금으로 3억원을 받는 등 모두 20여억원을 챙겼다.
이씨가 선임한 변호인 3명의 면면은 더욱 화려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검찰 출신이고 수사관계자들과 출신지역 출신학교가 같거나 선후배로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등 사적인 인연이 깊다. 브로커들이 추천하는 이른바 ‘틀림없는’ 변호사들이다.
김태정(金泰政) 전 법무장관과 임휘윤(任彙潤) 전 부산고검장은 검찰총장과 대검 강력부장 등으로 함께 근무하며 절친한 관계를 맺은 사이였다. 검사장 출신 유모 변호사는 이덕선(李德善) 전 군산지청장과 함께 근무한 적이 있다. 또 이모 변호사는 사건 주임검사인 김인원(金仁垣)검사와 같은 대학 법학과 동기동창이다.
김 변호사는 임 고검장에게 전화 한 통을 했고 이 변호사는 서너 차례 김 검사를 만나 변론했다. 대가는 1억원씩. 두 변호사는 검찰에 선임계를 내지도 않았다.
특감 조사결과 임 전 고검장과 임양운(林梁云) 전 광주고검 차장은 각각 하급자들에게 “내 조카가 이씨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거나 “이씨를 동향 모임에서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덕선 전 지청장은 피의자인 이씨를 불러 진정인측과의 합의를 종용하는 등 ‘해결사’ 역할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커넥션’은 제도적인 개선책만으로는 차단이 어렵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제도적인 측면보다는 법조인다운 양심과 양식 이상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을 수 없다는 데에 검찰의 고민이 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