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한국축구, 외국물 먹여라!

  • 입력 2001년 10월 12일 17시 02분


"한국축구, 외국물 좀 먹여라! 그래야 좀 크겠다~~!"

한국 축구계가 임비(YIMBY : Yes In My Back Yard) 현상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오는 11월에 3개의 월드컵 경기장의 개장을 앞두고 A매치를 꼭 열어야 한다는 필사의 신념으로 인해 망신은 망신대로 당하고 16강을 위한 전력 향상에 전혀 도움을 얻지 못하고 있다.

8일 전주, 11일 서울, 13일 광주 월드컵 경기장 개장대회를 꼭 A매치로 치뤄야 한다는 지자체의 열망과 강팀과의 경기를 통해 전력향상을 꾀한다는 대표팀의 계획 사이에서 '꿩도 놓치고 알도 못 먹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그간 대한축구협회가 추진하던 개장경기의 파트너는 이탈리아, 포르투칼, 독일 등 세계 축구의 강국들.

하지만 지금까지 결정된 파트너는 아무도 없다.

이탈리아는 11월에 일본과의 원정경기만을 치른 후 돌아가겠다고 했다.

자국 리그를 포함해 주전들이 소속팀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원정 2연전이 사실상 힘들다는 이유.

독일은 월드컵 진출이 좌절되는 바람에, 포르투갈은 피구를 포함한 주전급 4명이 불참한다고 통보했기 때문에 경기가 취소됐다.

그래도 집념의 대한축구협회는 크로아티아, 세네갈 등을 대상으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

제발 주전들을 데리고 한국에 와서 경기를 해 달라고...

크로아티아 역시 주전들이 소속팀 사정상 불참이 거의 확실하다.

상황이 이쯤되면 대한축구협회와 경기장을 완공시킨 지자체에서는 좀 더 거시적인 안목을 갖춰야만 한다.

외국의 강팀을 불러 개장경기를 치르는 것이 지자체에 많은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16강을 목표로 하는 한국 대표팀에는 별다른 도움이 없다.

2진급이라해도 우리보다는 강하겠지만 굳이 비싼 돈을 들여가면서 초청한 상대가 최강의 상대여야만 한국팀의 전력을 다듬는데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가까운 예로 일본을 보라!

일본은 아예 대표팀을 이끌고 유럽을 한바퀴 돌고 왔다.

비록 프랑스에 대패하고 세네갈과도 힘겨운 싸움을 벌여지만 세계정상급 국가의 주전들과 경기를 펼쳐 나름대로의 소득도 챙겼다.

이역시 일본이 유럽으로 찾아갔기에 이뤄질 수 있는 경기였지 일본땅에서 경기를 펼치려면 우리만큼 고생했을 것은 자명한 일.

세상에 돈이면 모든 일이 될 것 같지만 일년에 수백억을 벌어들이는 축구스타들에게 원정비용은 있으나마나한 수준이다.

우리의 편의를 위해서 수준떨어지는 팀을 불러들일 생각은 이만 접어두고 발품을 팔아서라도 적지에 뛰어들어 보다 수준높은 경기를 접하는 것이 16강 진출을 위한 지름길이다.

어렵겠지만 지금부터라도 대대적인 대표팀 운영계획의 손질도 생각해볼 일이다.

[제공: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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