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파문 커진 '6·25觀' 해명해야

  • 입력 2001년 10월 11일 18시 57분


6·25가 신라의 통일, 고려의 통일과 같은 무력에 의한 ‘통일 시도’였다고 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지난달 28일 국군의 날 기념식 발언 때문에 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았다. 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 의원이 10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을 통해 이 문제를 다시 거론, 김 대통령의 자진 사퇴론까지 제기해 여야가 이틀 동안 대치했다. 여기에다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 의원도 ‘친북 세력’얘기를 꺼내 이념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김 대통령이 6·25 관련 발언을 해명해야 한다고 본다. 안 의원의 발언 동기나 표현법이야 어떻든, 아직도 김 대통령의 발언 내용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고 그 파문 또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홍근(吳弘根) 청와대대변인은 문제가 불거지자 “김 대통령은 무력에 의한 통일을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역사적인 상황을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그것만으로는 사태를 납득시킬 정도의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다 알다시피 6·25는 북한 공산주의자들이 남한을 적화통일하기 위해 일으킨 동족 상잔의 전쟁이다. 그 같은 적화통일의 야욕을 막기 위해 우리 젊은이들 20여만명이 목숨을 잃었고 무고한 민간인도 수백만명이 희생됐다. 집과 재산을 다 불태우고 고향을 등진 이산가족도 수백만명이다. 6·25는 우리 역사상 가장 큰 비극을 불러온 반민족적 전쟁이라는 것이 국민 절대 다수의 보편적인 견해인 것이다.

그런 6·25를 어떻게 신라나 고려의 왕조 통일과 같은 ‘통일 시도’로 볼 수 있는가. 학자들 가운데는 6·25가 공산주의자들의 남침이 아닌 이승만(李承晩) 정권의 북침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또 김 대통령의 6·25 관련 발언이 문제되자 “우리도 과거 무력에 의한 북진 통일을 주장하지 않았느냐”는 주장이 여권 일부에서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표방한 이승만정권의 북진통일론과 공산독재정권의 무력 남침인 6·25를 같은 맥락에서 연결지으려 하는 것은 엄청난 논리적 모순이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현 정권의 대북(對北)정책에 대해서는 논란이 적지 않은 상태다. 김 대통령의 발언은 어떤 학자의 사견이 아닌, 국정 최고책임자의 발언이기 때문에 더욱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남남 갈등을 자극하고 있다. 어떻게 해서 그런 발언이 나오게 된 것인지 분명히 밝혀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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