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프간공습의 명분과 기준

  • 입력 2001년 10월 8일 18시 54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에 대한 군사작전을 개시함에 따라 전세계가 다시 전쟁 분위기에 휩싸이고 있는 듯하다. 테러리스트와 그 지원세력을 응징하려는 미국의 이번 아프가니스탄 공격은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만큼 충분한 명분과 근거를 확보하고 있다.

인류 공동체를 파괴하는 테러행위는 어떠한 주의 주장을 내세워도 합리화될 수 없다. 지구촌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서도 근절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부는 미국의 심장부를 강타한 9·11테러의 배후 세력으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을 문명사회에 인도해야 했다. 이번 군사공격은 오히려 그들을 숨기고 지원한 혐의가 짙은 탈레반 정권에 대한 당연한 응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테러와의 전쟁은 분명한 원칙과 기준을 갖고 한치의 빈틈도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 우선 미국은 민간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무엇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 민간인들이 희생되는 테러와의 전쟁이라면 그 전쟁은 또 다른 테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지금은 아프가니스탄의 군사시설이 공격의 주된 목표이지만 앞으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계속되다 보면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전쟁으로 인해 길거리에 나와 있는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에 대한 지원도 더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 전쟁은 어떻게 하든 서구세계와 이슬람세계 간의 전쟁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테러리스트들을 옹호하고 있는 집단이나 반미(反美)세력들은 마치 문명의 충돌이라도 발생한 것처럼 반(反)테러전을 과장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들이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번 군사공격에 대해서는 다소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나라들도 적지 않다. 이슬람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반미 데모 또한 만만치 않다. 미국이 범세계적인 지지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히 온건 이슬람 국가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우리는 테러와의 전쟁이 큰 성과를 거둬 더 이상 확대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 전쟁은 자칫 베트남전과 같은 장기전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그 불똥은 전세계 곳곳으로 튈지도 모른다. 내년 월드컵경기 등 국제행사를 앞두고 있는 우리도 예외일 수는 없다. 안보는 물론 장기전으로 인한 경제문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철저히 점검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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