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유겐웨이 한방에 대륙 열광

  • 입력 2001년 10월 8일 00시 26분


6만여 홈 관중의 열광적인 응원만을 등에 업은 것이 아니다. 경기 시작 직전까지 잔디밭을 적신 이슬비까지.

7일 중국 선양 우리허경기장은 철저히 중국 대표팀의 ‘편’이었다. 빗줄기 탓에 섭씨 10도 아래로 떨어진 선양의 가을 날씨는 ‘열사의 나라’ 오만 선수들에겐 또 다른 ‘적’이었다. 게다가 중국이 비기기만 해도 사상 첫 월드컵본선진출을 이룰 수 있는 상대인 오만은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B조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팀. 축배를 위한 모든 조건이 갖춰진 셈이었다.

그러나 너무 긴장한 탓일까. 중국은 예상과는 달리 쉽게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다. 전반 8분 하오하이둥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첫 슈팅을 날렸으나 골문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전반 12분 오만의 마지가 날린 터닝슛이 중국 골키퍼 안치 쪽으로 정확히 향했을 정도로 초반은 오만이 다소 강세를 보였다.

전반 중반을 넘어서까지 미드필드에서 공방전을 벌이던 양 팀의 균형은 중국 유겐웨이의 오른발 슛 한방으로 깨졌다.

전반 37분 리티에가 미드필드 왼쪽에서 크로스패스를 올렸고, 리샤오펑이 골문 쪽으로 헤딩패스를 넘겼다.

이어진 하오하이둥의 백헤딩 패스. 떨어지는 공을 유겐웨이가 놓치지 않았다. 유겐웨이는 골 마우스 정면에서 넘어지듯 오른발 슛을 날렸고 공은 땅을 스치며 골네트를 갈랐다.

6만 관중이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호했고 유고출신 보라 밀루티노비치 중국대표팀 감독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의 ‘용병술’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었다. 밀루티노비치 감독은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이날 처음으로 유겐웨이를 주전 공격수로 기용했고 그대로 적중한 것.

일단 균형이 깨지자 이후는 중국의 파상 공세가 이어졌고 오만은 허둥댔다.

그러나 중국은 후반 8분 양첸이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맞았으나 아깝게 추가 득점을 놓쳤고, 10분 뒤에는 판즈이의 프리킥이 골키퍼의 선방에 걸리는 등 계속되는 공격에도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간간이 역습을 이어가던 오만은 후반 35분 야쿠주마가 골키퍼와 정면에서 맞섰으나 잔디에 미끄러지는 바람에 득점 기회를 놓치는 등 골운마저 따르지 않아 중국의 사상 첫 월드컵진출에 희생양이 됐다.

<선양〓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경기 이모저모▼

○…이날 경기 직전까지 비가 내린 탓으로 양팀 선수들은 섭씨 10도 안팎의 쌀쌀한 날씨에다 젖은 그라운드에서 힘겨운 사투를 벌였으나 우리허 경기장은 운집한 6만 관중의 응원 열기로 시종 후끈 달아오른 모습.

중국 관중은 초반 경기가 풀리지 않자 국가인 ‘인민의용군 행진곡’을 합창하며 대표팀을 격려했고 중국 당국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수천명의 공안요원을 경기장 안팎에 배치하는 등 긴장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중국의 천금같은 결승골을 잡아낸 유겐웨이는 이번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처음으로 선발 출장한 선수.

카타르와 우즈베키스탄전에서 후반 교체멤버로 뛰었을 뿐 나머지 경기에서는 벤치를 지켰던 유겐웨이는 이날 선발로 나서 자신의 월드컵 최종 예선 첫 득점을 ‘역사적인 골’로 장식했다.

유겐웨이는 경기 후 “너무나 감격스럽다”며 “팀 동료에게 영광을 돌리며 모든 중국인과 함께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선양〓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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