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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9월 27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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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금융감독위원회의 한 고위 간부는 “현대가 건설현장에서 돌관작업하듯이 금융업을 하려고 한다”며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저 일을 어떻게 감당할지…”라며 걱정했다.
현대증권은 지금 미국계 회사인 AIG컨소시엄에 경영권이 넘어가고 국민세금인 공적자금을 받을 예정이다. 주식 ‘전도사’였던 이 회장은 경영부실 책임을 지고 현대그룹에서 물러나 칩거하고 있다. 현대투신증권 주식에 투자한 우량고객들은 감자(減資)위기를 맞아 투자한 돈을 모두 날릴 형편이다.
‘이익치 캠페인’으로부터 2년반. 미국 테러사태가 터지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외환위기 때 금모으기 운동을 했듯이 지금은 국민들이 주식 사모으기 운동을 할 때”라고 말했고, 진념(陳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증권업협회에 상품개발을 지시했다. 증권사 사장들은 ‘주식모으기 펀드’를 내놓기로 했다.
‘금모으기’와 ‘주식 사모으기’는 공통점이 별로 없어 보인다. 금을 모아 외국에 팔면 외화가 들어와 외환보유액이 올라간다. 그러나 일각에서 주식을 사 모은다고 해서 주가가 덩달아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주가가 떨어지면 가계에 주름살만 깊어진다. 주식은 냉정하다.
정부가 관치(官治) 논란을 피하기 위해 공적자금이 들어간 한국투신 대한투신 등 3개 투신사를 캠페인 대상에서 뺀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주식사모으기도 ‘애국’이라면 국민세금을 받은 회사들이 더 열심히 이 상품을 팔아야 하지 않을까.
‘주식모으기’ 펀드에서 손해라도 나면 정부가 공적자금이라도 줄 생각일까.
최영해<경제부>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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