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대우차 매각협상 타결 의미

  • 입력 2001년 9월 21일 00시 07분


1년여를 끌어오던 대우자동차 매각협상이 드디어 타결됐다.

우리 경제는 그동안 현대투신 대우자동차 하이닉스반도체 등 3개 부실대기업 처리에 골머리를 앓아왔고 항상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남아 있었다. 현대투신과 대우차 등 2개 기업이 새 주인을 맞은 것은 매각협상의 잘잘못을 떠나 경제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

이번 양해각서(MOU)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앞으로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정밀실사와 본계약 체결과정에서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GM의 동북아시장 전략상 대우차가 꼭 필요한 상황이어서 결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대걸림돌이었던 부평공장 처리를 차기정권으로 넘긴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GM에 매각 외 대안이 없었다〓오래 전부터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대우차의 독자생존은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렇다고 청산하면 고용불안과 하청업체 연쇄부도, 지역경제 악영향 등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너무 커 싼값에라도 파는 게 낫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위기였다.

GM은 물론 이러한 정황을 최대한 활용해 손쉽게 대우차를 얻었다. GM은 적은 돈(약 4억달러)으로 경쟁력 있는 공장과 연구개발(R&D) 노하우, 영업망 등 국내 및 중국 자동차시장 진출에 꼭 필요한 것을 손에 넣었다.

대신 정부는 가장 우려했던 ‘부평공장 폐쇄’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다. 물론 6년간 장기공급계약이 끝난 후의 운명이 불확실하지만 GM이 제시한 생산성향상 및 노사관계 개선 요건을 만족시키면 계속 살아갈 수 있다.

대우차 입장에서도 세계시장에서 자금력과 마케팅능력을 인정받은 GM을 새 주인으로 맞게 돼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고 직원들의 고용승계도 보장받았다.

▽매각협상의 득실〓채권단은 대우차에 99년 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신청 이후 2조1772억원, 작년 11월 법정관리 신청 이후 7279억원 등 모두 2조9051억원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채권단이 받는 매각대금은 12억달러(약 1조5600억원)이고 이것도 몇 년에 걸쳐 나눠 받는다.

기존 여신 12조원을 제외하더라도 1조원 이상을 손해본 셈이다. 물론 우량기업인 ‘GM-대우차(가칭)’의 지분 33%를 받게 돼 앞으로 주가가 올라갈 경우 손실폭을 다소 줄일 수는 있다. 부평공장은 장기생산계약을 통한 독자생존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청산가치 2조원, 계속기업가치 900억원’이라는 회계법인 실사결과를 덮고 넘어가기는 어렵다.

부평공장 근로자와 인천지역 경제를 위해 2조원을 포기한 선택이 옳은 것이었는가는 앞으로도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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