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용병 '잠잠' 토종 '펄펄'…K-리그 득점왕 경쟁

  • 입력 2001년 9월 20일 18시 50분


가을은 프로축구 용병들에게 위기의 계절?

팀당 7경기씩을 남겨두고 종착역을 향해 치닫고 있는 프로축구 2001 포스코 K리그가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연상케 하고 있다.

서늘한 가을 바람이 몰아치면서 한여름 맹위를 떨치던 용병들의 활약이 주춤하고 있는 반면 토종 선수들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꾸준한 플레이로 공격포인트를 추가, 개인기록 정상 탈환을 노리고 있는 것.

현재 득점순위 공동 1위는 나란히 브라질 출신으로 11골씩을 기록 중인 파울링뇨(울산 현대)와 산드로(수원 삼성).

파울링뇨는 리그 초, 중반 넣었다 하면 경기당 2골씩을 기록,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9월 들어 1일 성남 일화를 상대로 마지막 골을 넣은 이후 현재까지 골소식이 없다. 산드로 역시 9일 전북 현대모터스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상종가를 쳤으나 이후 숱한 골찬스를 놓치면서 난조를 겪고 있다.

용병 골잡이의 대명사인 유고 용병 샤샤(성남 일화)는 더 심각하다. 7월11일 한 차례 해트트릭을 기록한 이후 지난달 단 한골을 추가해 8골로 상위권(득점 5위)에 간신히 턱걸이하고 있다.

이처럼 용병들의 ‘몰아치기’ 골시위가 잠잠해진 사이 토종들의 분전은 두드러지고 있다. 19일 결승골을 넣어 수원을 한달 만에 정상으로 복귀시킨 서정원, 부산 아이콘스의 마스코트로 떠오른 우성용은 착실히 골을 추가해 나란히 9골로 정상 등극을 노리고 있다.

도움순위에서도 부산 우르모브가 8도움으로 정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성남 신태용(6도움), 부천 SK 곽경근(5도움) 등이 가파른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왜 그럴까. 조윤환 전 부천감독은 “용병들의 발끝이 무뎌진 게 아니다”고 분석했다. 리그 초반엔 각 팀 전력이 70%선에 불과한 데다 용병들의 장단점을 파악하지 못해 골을 많이 내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능력이 두드러지는 용병은 집중 마크를 당하게 된다는 것. 또 용병들에 수비가 집중되는 만큼 토종 선수들의 골찬스는 비례해 올라간다는 설명이다.

부산 마니치와 수원 산드로의 고전이 같은 팀 우성용, 서정원의 도약으로 나타나는 것은 바로 이런 배경 때문이다. 결국 용병과 토종은 시소의 양 끝에 앉아있는 셈이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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