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이강철 얼굴 폈네…돌아온 친정서 첫승

  • 입력 2001년 9월 20일 18시 47분


이강철
기아 ‘잠수함 투수’ 이강철(35)은 프로야구에서 전무한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라는 빛나는 훈장을 달았다. 기아의 전신인 해태 시절 팀을 5차례나 우승으로 이끌며 96년에는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하지만 30줄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98년 15승을 마지막으로 99년에는 오른쪽 무릎 수술로 단 한 게임도 못 뛰더니 그 해 11월 삼성으로 이적했다. 낯선 타향에서 재기를 꿈꿨으나 후배들에게 밀려 지난해 고작 14경기에 등판해 1승4패의 부진을 보였고 올 시즌 초반에도 여전히 더그아웃을 지킬 때가 많았다.

그런 그에게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올 7월 말 친정팀 기아에 복귀하게 된 것. 정든 고향땅을 다시 밟게 된 이강철은 ‘백의종군’을 다짐했고 모처럼 활짝 웃었다.

19일 대전 한화전에서 3과3분의 1이닝 동안 삼진 5개를 낚으며 2안타 1실점으로 잘 던져 이적 후 첫승의 기쁨을 맛봤다. 4회말 무사 1, 3루의 위기 상황에서 구원 등판, 한화 강석천 백재호 조경택을 잇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워 ‘역시 이강철’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노련미와 풍부한 경험을 앞세워 급한 불을 꺼 4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1승이 절박한 팀에 값진 승리를 안겼다.

정들었던 호랑이 유니폼을 다시 입고 첫 승을 올린 이강철은 팀에서 임시주장까지 맡고 있지만 그동안 맏형노릇을 못해 바늘방석에 앉아 있는 것 같았던 게 사실. 삼성에서 기아로 옮길 때 “몇 승보다도 후배들을 잘 이끌겠다”는 겸손한 소감을 밝히기는 했어도 이렇다할 성적이 없어 어깨가 무거웠던 것.

그러나 이날 승리로 자신감을 찾은 이강철은 “최근 투구 폼이 안정되면서 구위가 좋아졌다”며 “짐을 벗어 던진 것 같고 팀을 위해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기뻐했다.

기아 김성한 감독은 “큰 경기에 강한 이강철이 살아나 마음이 든든하다”며 “순위 다툼이 치열한 상황에서 후배들에게도 큰 자극이 되고 있다”고 칭찬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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