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30줄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98년 15승을 마지막으로 99년에는 오른쪽 무릎 수술로 단 한 게임도 못 뛰더니 그 해 11월 삼성으로 이적했다. 낯선 타향에서 재기를 꿈꿨으나 후배들에게 밀려 지난해 고작 14경기에 등판해 1승4패의 부진을 보였고 올 시즌 초반에도 여전히 더그아웃을 지킬 때가 많았다.
그런 그에게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올 7월 말 친정팀 기아에 복귀하게 된 것. 정든 고향땅을 다시 밟게 된 이강철은 ‘백의종군’을 다짐했고 모처럼 활짝 웃었다.
19일 대전 한화전에서 3과3분의 1이닝 동안 삼진 5개를 낚으며 2안타 1실점으로 잘 던져 이적 후 첫승의 기쁨을 맛봤다. 4회말 무사 1, 3루의 위기 상황에서 구원 등판, 한화 강석천 백재호 조경택을 잇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워 ‘역시 이강철’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노련미와 풍부한 경험을 앞세워 급한 불을 꺼 4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1승이 절박한 팀에 값진 승리를 안겼다.
정들었던 호랑이 유니폼을 다시 입고 첫 승을 올린 이강철은 팀에서 임시주장까지 맡고 있지만 그동안 맏형노릇을 못해 바늘방석에 앉아 있는 것 같았던 게 사실. 삼성에서 기아로 옮길 때 “몇 승보다도 후배들을 잘 이끌겠다”는 겸손한 소감을 밝히기는 했어도 이렇다할 성적이 없어 어깨가 무거웠던 것.
그러나 이날 승리로 자신감을 찾은 이강철은 “최근 투구 폼이 안정되면서 구위가 좋아졌다”며 “짐을 벗어 던진 것 같고 팀을 위해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기뻐했다.
기아 김성한 감독은 “큰 경기에 강한 이강철이 살아나 마음이 든든하다”며 “순위 다툼이 치열한 상황에서 후배들에게도 큰 자극이 되고 있다”고 칭찬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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