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내가 뭐랬어!"…'HP 컴팩인수' 8개월전 예고

  • 입력 2001년 9월 6일 18시 44분


휴렛패커드(HP)가 컴팩 인수를 발표하던 날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는 한 애널리스트가 ‘스타’로 급부상했다.

베어스턴즈의 컴퓨터 업종 담당 애널리스트 앤드류 네프(사진)가 그 주인공. 네프가 이날 업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것은 무려 8개월전 이미 HP의 컴팩 인수를 예고 했기 때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는 올초 “PC업계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HP가 컴팩을 인수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투자자들은 이 두 회사의 주식을 사지않는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의 이 두가지 예상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이번 주초 HP가 컴팩 인수를 전격 발표했고 발표 이후 두 회사의 주가가 크게 떨어진 것.

합병 발표 이후 네프는 쏟아지는 축하 e메일로 업무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컴팩의 임원으로부터도 합병 예상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데 대해 축하를 받았다.

우쭐해질만도 하지만 그는 차분하게 반응했다. 네프는 “투자자들은 기업들이 현재 밝히는 사안들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기 보다는 그 기업의 6개월 뒤 모습을 예측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PC업계의 상황을 어느 정도만 이해해도 HP의 컴팩 인수같은 예상을 하는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뜻. 90년대말 디스크드라이브 업종을 맡았던 네프는 그때부터 이미 PC의 매출 부진과 공급 과잉으로 업계에 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해왔다.

투자자들은 그가 이제는 어떤 전망을 내놓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는 “뒤처진 업체들이 합병 등을 통해 약점을 보완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때 1위 업체는 더욱 여유있게 1위를 굳힐 수 있다”면서 델컴퓨터의 투자등급을 상향조정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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