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큰돈 거저 벌려하면 사기꾼"…아크론 하태민 사장

  • 입력 2001년 9월 5일 18시 49분


“차트분석요? 그거 뭐하는 데 쓰는 겁니까. 차트 들여다볼 시간 있으면 돈 많이 벌고 주주를 진실로 떠받드는 회사 찾아가 사무실 구경이나 하는 게 낫습니다. 그런 기업은 절대 투자자를 배신하지 않거든요.”

인터넷 투자정보 제공업체 아크론의 하태민 사장(33) 말투는 가치주에 대한 절대적 신뢰와 ‘꾼’들에 대한 독설로 늘 거칠다. 하지만 달콤한 말로 투자자를 현혹하는 ‘꾼’들보다 투자자들에게 정말 필요한 알짜배기 정보를 많이 던져준다는 점 때문에 그의 터프함과 솔직함은 오히려 미덕으로 받아들여진다.

상당수 인터넷 주식정보제공 사이트들이 수익모델 부재로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와중에 아크론(www.acn.co.kr)은 연간 100만원씩이나 내는 회원을 1000여명이나 확보하고 있다. 불과 14명의 직원만으로 연간 15억원가량의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것. 전국을 순회하며 가끔씩 열리는 아크론 회원 모임은 열성 회원들의 열기로 늘 뜨겁다.

그가 증권가의 기인(奇人)으로 통하면서도 많은 투자자들로부터 실력을 인정받는 것은 순전히 독학으로 쌓은 실력 덕분. 그에게 상장종목을 하나 불러주었더니 곧바로 그 회사의 역사를 줄줄이 쏟아냈다. 그리고 손익구조와 성장성,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평가뿐만 아니라 작전세력의 손을 탔었는지 여부까지도 훤하게 꿰고 있었다. 10여년간 쌓은 ‘내공’이다보니 그의 입에서 “가치주의 신봉자 워런 버핏과 붙어도 바둑알로 ‘한 점만 깔면’ 자신 있다”는 말이 나올 법도 했다.

주식과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대학 1학년 시절. 4수 끝에 서울대 사회학과에 입학했지만 공부도 친구도 다 멀리하고 S증권 봉천동 지점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그는 ‘당당히’ 말한다. 수업료로만 3억원이 넘는 돈을 날렸고, 그 덕에 ‘철없는’ 아들을 믿었던 부모는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하지만 대학시절부터 286컴퓨터를 이용해 상장 종목을 분석한 신문기사와 증권사 리포트의 핵심을 모아놓은 엄청난 분량의 데이터베이스, 그리고 실적투자를 위해 만들어 놓은 철저한 기업분석 자료는 그 뒤 엄청난 수익의 밑거름이 됐다. 대학을 갓 졸업했을 무렵에는 그가 만든 종목 리포트가 증권가 펀드매니저들 사이에 귀중한 자료로 유통됐고 주변에서 돈을 맡기려는 사람들도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시장이 부활하던 99년에는 지금의 아크론을 만들어 자신만의 노하우를 투자자에게 팔기 시작했는데 회원수도 기대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다. ‘케인즈’라는 필명으로 사이버고수로도 활약해온 그는 최근에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벨리온(www.bellion.co.kr)이라는 투자자문사까지 차려 고객들의 돈을 관리해 주고 있다.

그는 개인 투자자의 실패요인을 투기적 성향에서 찾는다. 주식시장은 운도 중요하지만 땀을 흘린 만큼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뛰어들어야 성과도 크다는 것.

“만일 실적이 좋아진다는 기업보다 작전이 시작됐다는 종목에 끌린다면 지금 당장 주식투자를 포기하십시오. 기업을 알고, 시장을 알려고 하는 진지한 노력 없이 목돈을 벌려는 사람이 사기꾼과 다를 게 뭐가 있습니까.”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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