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조의 풀코스 인터뷰]프로야구 홈런 공동선두 '호세'

  • 입력 2001년 9월 3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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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호세(왼쪽)가 황영조에게 타격자세를지도해주며 활짝 웃고 있다.
롯데 호세(왼쪽)가 황영조에게 타격자세를
지도해주며 활짝 웃고 있다.
성 이승엽은 지난달 29일 대구구장에서 롯데 호세를 찾아가 사인 한 장을 받았다.

의아해서 “왜 받았냐”고 묻자 이승엽은 “대단한 선수 아니냐.기념으로 한 장 받고 싶었다”며 웃었다.그는 “정말 존경할만한 선수로 흠잡을 데가 없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다.

이승엽같은 스타가 사인을 요청할 만한 타자 펠릭스 호세(37). 많은 야구인들은 98년 외국인선수제 도입이후 가장 뛰어난 타자로 호세를 꼽는다. 고인이 된 김명성 전 롯데감독은 평소 “내 선수라서 그런게 아니다.우즈(두산)나 데이비스(한화)도 좋은 선수지만 방망이 하나만 놓고 보면 호세를 능가할 타자가 없다.배팅능력뿐 아니라 찬스에서의 해결능력이나 투수와의 수읽기를 보면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호세가 99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9회말 터뜨린 역전 3점포는 역대 프로야구 최고의 홈런으로 꼽힌다. 그해 플레이오프 7차전에선 대구팬들이 던진 물병을 맞고 흥분, 관중석으로 방망이를 날리는 사상 초유의 사건을 일으켰다.

최근엔 트렌스젠더(성전환) 연예인 하리수 문신을 어깨에 새겨 또한번의 화제거리를 낳기도 했다. 홈 연고지 부산에 가면 ‘칙사’대접을 받는 ‘화끈한 부산 사나이’ 호세를 황영조가 대구에서 만났다.

황영조감독:만나서 반갑다.

호세: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라고 들었다.내가 가장 싫어하는 게 러닝이다.그런데 그 먼거리를 어떻게 뛸 수 있는지 상상이 안된다.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만나게 돼 영광이다.

황영조:최근 ‘하리수 사건’으로 한동안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는데…(사실 이 질문을 호세가 가장 싫어하니까 우용득감독대행과 구단관계자들이 물어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었다).

호세:(정색을 하며)그 일이 왜 그렇게 언론에 많이 보도됐는지 이해가 안 된다.(어깨를 보여주며) 이젠 문신을 지웠다.그냥 장난삼아 한 일이다.많은 사람들이 연예인들을 좋아하지 않느냐.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제니퍼 로페스(이상 미국 팝여가수)를 좋아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황영조:한국생활이 99년에 이어 두 번째다.이곳 생활에 만족하는가.

호세:전혀 불만이 없다.부산에서 사는 걸 99년 한번 경험했기 때문에 이젠 익숙하다.쉬는 날엔 초량동에 가서 친구들(도미니칸과 주한미군 친구들이 많다)을 만나면서 휴식을 취한다.친구들을 만나면 외로움도 사라진다.해운대 가는 것도 좋아한다.

황영조:올해 굉장히 잘 치는 데 특별한 비결이 있는가.

호세:자신감에 있다.어느 투수의 공이나 때려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다.기술적으론 볼을 끝까지 제대로 보고 ‘반응(React)’하는 게 중요하다(호세는 이 ‘반응’을 여러차례 강조했다).평소 연습할때 날아오는 공에 내 몸이 얼마나 빨리 반응하느냐 하는 걸 많이 훈련한다.상대투수의 직구나 변화구 등 특정구질을 노려치진 않는다.노려치길 하면 제대로 맞혀낼 확률이 떨어진다.

황영조:메이저리그에 대한 꿈은 포기했는가.

호세:지난해 뉴욕 양키스에서 시즌 초반 계속 주전으로 나갔는데 허벅지 부상 때문에 기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다.게다가 뉴욕 양키스는 워낙 쟁쟁한 선수들이 많은 팀이고….올해 스프링캠프에서 마이너리그로 떨어져 한국행을 결심했다.올시즌 뒤 롯데가 원하면 나도 한국에서 뛰고 싶다.

황영조:최근엔 볼넷이 늘어나고 있는데 신경쓰이지 않는가.

호세:하위팀들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힘든 경쟁을 하고 있다.팀승리를 위해선 상대를 견제할 필요도 있다.긴장상태에서 던지는 투수들이 불리한 입장이고 나는 오히려 우위를 점하고 공격을 할 수 있다.

황영조:도미니카 공화국 출신들이 미국 프로야구에서도 아주 잘 한다.원인이 있나.

호세:도미니카 선수들은 어려서부터 어려운 환경에서 야구를 하기 때문에 난관이 닥치면 이를 잘 풀어 나가는 훈련이 돼 있다.미국에 가면 언어도 낯설고 아는 사람도 없어 자신이 모든 걸 해결해야 한다.산전수전 다 겪는 것이다.그런 어려움들을 잘 극복하기 때문에 성공하는 선수들이 많은 것 같다.

황영조:한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어떤 게임이었나.

호세:역전 3점홈런을 날린 99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이었다.영원히 잊을 수 없는 경기다.

황영조:한국 프로야구에 대해 평가한다면.

호세:외국 선수들이 한국을 한계단 아래라고 쉽게 판단하고 한국에 온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미국과는 확실히 다르다.아주 섬세한 야구이기 때문에 주의깊게 노력해야 적응할 수 있다.

◇펠릭스 호세는 누구?

△생년월일〓65년5월2일

△출신〓도미니카

△키,몸무게〓1m86, 105㎏

△수비,공격〓우투양타

△방망이〓980∼990g,36인치 국산 킹 배트

△국산배트를 쓰는 이유〓단단하고 재질이 좋음(99시즌에도 사용)

△친한 동료〓김민재 김대익 조경환

△좋아하는 한국음식〓삼계탕,사골

△취미〓쇼핑, 해운대 구경

△경력

-91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메이저리그 올스타 선정

-98년 미 독립리그 타격 출루율 장타율 1위

-99년 5월29일 전주 쌍방울전 프로 첫 한경기 좌우타석 홈런

-99시즌 타점 2위,출루율 3위,장타율 4위,타격 9위,홈런 5위

-2000년 도미니칸리그 타격 타점 1위,홈런 출루율 장타율 2위로 MVP

-2000년 뉴욕 양키스에서 20경기 타율 0.241,1홈런,5타점 기록

-2001년 홈런(32개) 타점(104개) 출루율(0.511) 장타율(0.705) 1위,타격(0.350) 3위

<정리〓김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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