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9월 2일 18시 5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4, 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제26기 일본 메이진(名人)전 도전자로 나선 린하이펑(林海峰·59) 9단. 일본 바둑의 마지막 자존심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 메이진과 7번기를 벌이는 그의 각오는 대단하다.
환갑이 다 된 기사가 35세인 요다 9단의 상대가 되겠느냐는 말도 나오지만 각종 기록을 보면 얘기가 좀 다르다. 두 대국자간 역대 전적은 린 9단이 18승 16패로 근소하게 앞서고 95년 이후 대결도 7승 7패로 팽팽하다.
올해 성적을 보면 두 기사의 컨디션이 드러난다. 린 9단은 20승 7패(74%)의 높은 승률로 다승 10위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요다 9단은 입단 이후 가장 저조한 8승 7패에 그쳤다.
린 9단은 “주변에서 ‘환갑에 가까운 나이’라고 하는데 바둑은 나이와 관계없다. 체력도 자신있고 바둑도 (자신의 장점인) ‘끈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시다 요시오(石田芳夫) 9단도 “요다 9단은 첫 방어에 대한 부담감이 있어 심리적으로는 7번기 경험이 많은 린 9단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며 도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요다 9단도 이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컨디션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1국 때까지는 임전태세를 갖추겠다. ‘메이진을 꼭 지켜야 겠다’고 의식하면 오히려 질 수 있다. ‘메이진을 잃어도 좋다’는 심정으로 두겠다”며 다소 수세적으로 말했다.
두 기사는 기풍 상으로 비슷하다. 두텁고 차분한 바둑. 다만 린 9단은 유연함과 끈기가, 요다 9단의 정확한 형세판단이 돋보인다.
91년 후지사와 슈코 9단이 66세에 오우자(王座)전에서 타이틀을 따내고 이듬해 방어까지 성공한 적이 있다. 이 기록을 깰 수 있는 사람으로 꼽히는 사람은 린 9단. 23세 최연소 메이진에 오른 이후 성실하고 한결같은 자세로 꾸준히 성적을 내온 것이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과연 이번 도전기에서 린 9단이 또다른 신화를 만들어낼지, 아니면 요다 9단이 메이진 2연패에 성공할 지 궁금하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