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월街 한파…국내증시 '긴겨울' 예고

  • 입력 2001년 8월 31일 18시 33분


미국 경제의 두 축을 이루는 민간소비와 기업실적이 모두 악화되면서 투자심리가 극도로 얼어붙고 있다.

30일 다우존스지수가 1만선 이하로 추락하는 등 뉴욕증시가 급락한 것은 지난달 소비 지출이 0.1% 증가에 그쳐 9개월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는 미국 상무부 발표가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특히 지난달부터 세금 환급 조치가 이뤄져 주머니가 조금씩 두둑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지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된 것은 경기회복에 대한 미국민들의 기대감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지출 감소와 함께 실업률도 더욱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30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 실업수당을 받는 사람의 수는 317만명에 달해 92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초 기업들의 2·4분기 실적 발표가 끝나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실적 악화 공포도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

30일 세계 최대 서버컴퓨터 제조업체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이번 분기에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영업이익도 내지 못할 것이라고 공시하자 주가가 무려 17%나 빠졌다.

IBM 델컴퓨터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컴퓨터 관련업체들의 주가도 5∼15%씩 급락했다.

뉴욕 증권가에서는 다우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언제 다시 그 선을 회복하게 될지 확실한 전망을 하기가 쉽지 않지만 올 연말까지는 상승세로 돌아서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폴리이코노믹스 연구소의 주드 와니스키 분석가는 “내년 3월 다우지수가 8600선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스테이트 스트리트 증권사의 네드 라일리 수석분석가는 “올 상반기중 기업재고가 많이 정리됐으며 주택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는 아직 소비지출이 비교적 양호하다”면서 “투자자들이 경기회복에 대한 최후의 신뢰를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11∼12월경부터는 회복의 조짐이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한편 미 증시에 대한 불안감이 깊어지면서 국내 증시 역시 침체국면이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 기업부문의 부실이 악화될 경우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우처럼 단기적인 자금지원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견해도 나온다. 그러나 국내 증시엔 저금리기조에 따른 ‘대기자금’이 많아 미 증시 침체의 영향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는 있을 전망.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미 증시가 전저점을 뚫고 내려가면 국내 증시의 박스권도 추가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진·정미경기자>my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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