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鼓 舞(고무)

  • 입력 2001년 8월 28일 18시 22분


鼓-북 고 舞-춤출 무 奏-연주할 주

絃-악기줄 현 督-살필 독 讚-기릴 찬

漢字 鼓는 '주'와 支의 합성자다. 여기서 '주'는 鼓架(고가·북틀)에 걸려 있는 북의 모습에서 나온 글자로 ‘북’이 되겠으며 支는 손(又)에 나무가지(十)를 쥐고 있는 모습이다. 곧 鼓는 북을 치고 있는(支) 모습을 나타낸 것으로 여기에서 ‘북’ 또는 ‘북을 치다’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한편 舞는 팔을 벌리고 손에 천을 든 채 두 발을 이리저리 옮기고 있는 모습(舛·어그러질 천)에서 나온 글자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수천년 동안 漢字가 그만큼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舞의 본뜻은 ‘춤을 추다’가 되겠다.

그러므로 鼓舞라면 ‘북의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는 것’이다. 북소리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 절로 흥이 돋지 않을 수 없다. 또 북소리를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춤을 추고 싶은 충동도 느끼게 된다. 우리나라의 사물놀이나 서양의 디스코 같은 음악을 들을 때면 그렇다.

사람이 북과 같은 打樂器(타악기)의 연주에 춤을 추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는 것은 打樂器 특유의 강렬한 節奏(절주)가 가슴 깊이 잠재해 있는 興을 자아내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絃歌鼓舞(현가고무)라 하여 현악기의 연주에는 주로 노래를 불렀으며 타악기의 연주에는 춤을 추었다. 악기마다 기능이 따로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신바람을 부추기는 데에는 무엇보다도 打樂器가 제격이었는데 打樂器의 대표라면 아무래도 ‘북(鼓)’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하여 북은 사기를 진작시키고 흥을 돋우어 춤(舞)을 추게 했으므로 鼓舞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예로부터 북은 전쟁에도 자주 이용되었다. 북소리에 일정한 약속을 두어 開戰과 督戰(독전), 終戰(종전)의 신호로 사용하곤 했다. 이렇게 하여 군사들이 열심히 싸워 이기면 이번에는 또 흥이 나서 북을 두드렸는데 이를 勝戰鼓(승전고)라 했다.

또 간혹 북 외에 피리도 함께 사용하곤 했는데 그것이 ‘鼓吹(고취)’다. 역시 흥을 일게 하여 사기를 진작시키는 작용을 했다. 후에 鼓吹는 군사적인 用途(용도) 외에 王室의 行事나 國王의 행차에도 사용되었다.

이번 평양의 ‘8·15 민족통일대축전’ 행사에 남측 대표단으로 참가했던 인사 중 일부가 북한체제를 讚揚鼓舞(찬양고무)했다는 혐의로 구속되었다. 그들의 체제를 칭찬하고 장단에 맞춰 춤을 추었다는 혐의인 셈이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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