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건강]입냄새로 속병 진단 가능

  • 입력 2001년 8월 28일 18시 16분


《최근에 출간된 미국의 영화배우 말론 브랜도의 자서전에는 ‘여배우 소피아 로렌의 입냄새가 역겨울 정도로 지독했다’고 쓰여 있다. 여배우 샤론 스톤의 경우 마음에 드는 남성을 사로잡기 위해 박하사탕을 주위에 두거나 때론 스타킹 고정벨트 안에 넣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갑작스런 ‘접촉’에서 입냄새로 인해 키스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아내로부터 입냄새가 심하다는 소리를 들어온 김모씨(51·회사원)는 최근 자신이 말을 할 때면 아내 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이 모두 얼굴을 옆으로 돌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후 김씨는 하루 양치질을 아침식사 후 1번에서 매 식사후 3번으로 늘리고 껌과 구강청정제도 사용하게 됐다. 그러나 입냄새를 의식해 대화할 때면 손으로 입을 가리곤 한다.

▽입냄새의 원인〓입냄새는 90%가 입 속에 남아있는 음식찌꺼기를 세균이 분해하면서 생긴 휘발성 황화합물 때문에 발생한다. 입 속엔 300여종의 미생물이 있는데 특히 공기를 싫어하는 혐기성 세균의 활동이 활발한 경우 입냄새가 많이 난다. 충치, 잇몸의 염증(치주염), 의치가 있거나 치아가 가지런하지 못한 경우 음식 찌꺼기가 들어갈 틈새가 많아 입냄새는 더욱 심하게 된다.

혀에 희거나 누런 밀가루반죽 모양의 ‘설태’는 혐기성 세균이 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입냄새를 낳는다. 또 침이 부족하면 균이 많이 증식해 입냄새가 나게 된다.

▽정상인에게도 나는 입냄새〓공복(空腹) 상태에서 불쾌한 입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다. 몸속 지방이나 단백질이 분해되어 그 대사물질이 폐를 통해 배출되면서 나는 냄새다. 여자들의 경우 월경 기간에 입냄새가 심해질 수 있는데 이는 난소에서 분비되는 황체호르몬이 체내의 황화합물을 증가시키기 때문. 잠자는 동안 침이 적게 분비되어 아침에 일어날 때 입냄새가 나기도 한다.

▽입냄새가 동반되는 내과 질환〓만성축농증이 있으면 코를 통해 치즈 냄새나 구취가 난다. 폐암이나 인후두암의 경우 조직이 죽어 썩는 냄새가 나며 기관지 확장증이 있으면 심한 기침과 함께 누런 가래가 나오는데 이 가래에서 부패한 냄새가 난다.

당뇨병 환자는 몸 속 포도당을 이용하지 못해 지방을 대사시켜 에너지를 얻게 되는데 이것이 혈관을 거쳐 폐를 통해 아세톤 냄새나 연한 과일향을 내기도 한다.

신장 질환자의 경우 신장에 오줌의 주 성분인 요소의 농도가 높아져 입에서 오줌 냄새나 암모니아 냄새가 난다. 간기능 장애 환자는 코에서 버섯 냄새나 썩은 달걀 냄새가 난다.

▽진단과 치료〓스스로 양손을 코로 감싸고 자신의 입김을 코로 짧게 들여마셔 냄새를 직접 느끼거나 혀로 손등을 핥은 다음 냄새를 맡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친한 친구나 배우자, 가족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더 좋다. 치과에서 ‘구취측정기’를 사용하거나 세균배양검사, 타액 분비 검사 등을 통해 알 수도 있다.

입냄새를 없애는 최선의 방법은 구강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양치질을 자주 하고 치실로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해야 한다. 정기적인 구강검사와 치석 제거도 필요하다.

가장 냄새가 많이 나는 곳인 혀의 뒤부분을 닦기 위해서는 특수 칫솔을 이용하면 된다.

음식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입냄새가 줄어든다. 식사를 하면 침이 많이 나와 일단 입안이 깨끗해지기 때문. 무설탕껌을 씹거나 당근 오이 등을 많이 섭취해도 침이 잘 나온다.

입냄새를 일으키는 것은 △고단백 고지방 식품인 치즈와 우유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육류 △음주와 흡연 △산성 음식인 커피와 오렌지주스 △황을 함유한 양파와 마늘 고추 △당분을 함유한 껌과 사탕 등이다.

(도움말〓연세대 치과대학 구강내과 김종열 교수, 경북대 치과대학 구강내과 최재갑교수)

<이진한기자·의사>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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