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키프로스 ‘27년 분단벽’ 허물까

  • 입력 2001년 8월 27일 18시 51분


【한반도 외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인 키프로스. ‘베를린 장벽’은 12년 전 붕괴됐지만 ‘지중해의 상아’로 불리던 아름다운 도시 니코시아의 중심가를 가로지른 철조망은 걷히지 않고 있다. 인종과 종교의 차, 외세의 개입으로 인한 분단의 아픔도 아랑곳하지 않고 철부지 아이들은 가시철망 사이로 이름을 부르며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라우프 텐크타슈 북키프로스 대통령은 26일 AP통신과의 회견에서 “남측은 인종과 종교가 다른 북측의 실체를 인정, 1국가 2체제의 연방제 통일을 실현해야 한다”며 남키프로스에 즉각 정상회담을 재개할 것을 제의했다.

이에 대해 남측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은 보이고 있으나 정상회담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고 있다. 그간 열린 남북회담과 마찬가지로 장소는 스위스 제네바가 유력시되며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이 중재하는 형식이 될 전망이다.

양측의 접촉은 90년대까지 별 성과가 없었다. 그러다 1999년 12월 코피 아난 사무총장이 중재에 나서면서 처음 정상회담이 개최된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5차례 남북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렸다.

남북간 최대 쟁점은 북키프로스에 주둔중인 3만5000명의 터키군 철수와 그리스계 난민 귀환 문제. 북측은 두 가지 모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글라브코스 콜레리데스 남키프로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정상회담에서 이 두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통일은 불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전망〓남측은 북측보다 지하자원이 풍부하고 고대 유적지가 많아 국민총생산은 북측의 3배, 관광수입은 9배에 이른다. 또 남키프로스는 국제사회의 승인을 받았지만 북측은 아직 국제사회의 승인을 얻지 못하고 있다. 남측은 이 같은 경제적, 외교적 격차를 배경으로 90년 유럽연합(EU)에 가입을 신청했다. 그동안 정치적 민주화와 시장경제체제 등 29개 가입조건 가운데 22개를 이미 충족시켜 내년 중에는 가입할 가능성이 높다. 북측은 남측만 EU에 가입하면 분단이 고착화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남키프로스에는 영국군 3900명과 유엔평화유지군 1100명이 배치돼 양측의 무력충돌을 억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충돌이 발생해 ‘지중해의 화약고’로 불린다.

북키프로스에서 불과 60㎞ 거리에 있는 터키의 존재 또한 키프로스가 통일국가로 독립하는데 장애가 되고 있다. 그러나 내년 EU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터키 정부가 북키프로스에서 군대를 철수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EU가 터키에 제시하고 있는 EU 가입 전제조건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 터키군이 철수하면 남북 키프로스간 통일 논의가 급류를 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분단 역사〓지중해상의 키프로스섬은 전략적 가치 때문에 외세의 침략을 줄곧 당해왔다. 게다가 주민이 그리스정교와 이슬람, 그리스계와 터키계로 크게 갈려 내부 갈등도 많다. 오스만튀르크와 대영제국의 지배를 거쳐 1960년 독립했다. 1974년 6월 마카리오스 정권이 군사기지를 세우려는 영국과 미국에 맞서다 쿠데타로 붕괴한 뒤 분단을 맞게 됐다. 터키는 즉각 혼란으로부터 이슬람교도를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군대를 보내 국토의 40%에 해당하는 지역을 점령했으며 북측은 83년 독립을 선언했다. 이 같은 남북대결 과정에서 그리스계 주민 1700명이 실종됐으며 20만명 이상이 그리스 등지에서 난민생활을 하고 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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