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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8월 23일 19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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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가족의 모토는 “캠핑을 가느니 죽는 게 낫다”이다. 가족이 한번 캠핑을 가려면 엄청난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식료품 쇼핑도 보통 일이 아니다. 쇼핑을 담당하고 있는 조는 ‘하나 값에 두 개를 준다’고 선전하는 할인쿠폰을 애용한다. 그런데 고객 1명이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의 수를 제한하는 상점이 많기 때문에, 조는 집에서 아이들을 대여섯 명쯤 데리고 나가 계산대 앞에 줄을 세우곤 한다. 조는 “쿠폰 45장과 20달러를 가지고 150달러어치의 식료품을 산 것이 지금까지 최고 기록”이라고 자랑했다.
핵가족이 보편화된 요즘 사람들은 이렇게 아이들이 많은 가족을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곤 한다. 미국 인구통계국의 2000년 3월 통계에 따르면 ‘18세 이하의 자녀가 네 명 이상인 가정’은 아이가 있는 모든 가정 중 5.8%를 차지했다. 지난해에 많은 자녀를 기르고 있는 4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던 잡지 ‘조이풀 노이즈’의 발행인 폴라 던햄은 “자녀수가 9명에 도달하는 것이 일종의 분기점 역할을 하는 것 같다”면서 “자녀가 9명 이상인 가정의 비율은 그렇지 않은 가정에 비해 거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기자는 이처럼 보기 드물게 많은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들을 만나 사소한 일상의 일들이 아니라 좀더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아이가 하나 새로 생길 때마다 기존의 아이들에게는 어떤 영향이 미치는가? 친자식과 기존의 입양아들은 새로 온 아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아이를 입양한 후 후회한 적은 없는가? 아이들을 빨리 키워놓고 한가하게 여생을 보낼 수도 있는데 왜 계속 아이를 입양해서 고생을 자초하는가?
케이스 부부는 아이 세 명을 낳은 후 네 번째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입양이 사회적으로 양심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들은 한국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 수속을 했다. 그런데 공항에서 처음 만난 아이는 뇌성마비 장애아였다. 두 사람은 처음에 당황했지만, 그 아이를 키우면서 자신들이 보통 아이들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아이들을 돌보는 데 재주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아이가 장애를 극복해나가는 것을 보면서 짜릿한 기쁨을 느꼈다. 20년에 걸친 케이스 부부의 입양 역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가족학자들은 출산이나 입양을 통해 새로운 아이가 들어오면 그 때까지 섬세하게 유지되던 가정의 균형이 일시적으로 깨진다고 말한다. 이는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대저울에 인형을 하나 매다는 것과 흡사하다.
입양아 12명을 포함해서 모두 15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는 바버라 트리미티어는 1967년부터 입양기관에서 근무해왔다. 그녀는 “입양을 계획하는 부모들 중에는 자기들이 왜 아이를 입양하려 하는지, 새로운 아이가 자기들 가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잘 생각해보지도 않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한다.
릴리언 엘리스는 1972년에 발표한 글에서 “어떤 부모들은 자기 친자식이 아무 문제 없이 적응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함정에 빠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아이가 가족에 편입되면서 기존의 아이들이 불만을 느끼는 경우, 그 감정의 강도는 입양아나 친자식이나 모두 똑같다고 말한다.
물론 아이를 입양한 가정들이 모두 문
제에 봉착한다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가정은 새로운 아이를 입양한 후 대개 6개월 내지 1년 정도의 적응기간을 거쳐 다시 균형을 찾는다. 케이스 부부가 1984년에 한국에서 입양한 톰(19)은 이번 어머니날 낸시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제게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엄마의 은혜를 평생 갚지 못할 겁니다. 엄마는 길가의 콘크리트 틈을 뚫고 자라는 작은 꽃 같은 저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저를 사랑해주셨습니다. 사랑합니다.”
(http://www.nytimes.com/2001/08/19/magazine/19FAMILIES.html)
<연국희기자>ykook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