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감귤연구 외길, 제주대 허인옥교수

  • 입력 2001년 8월 22일 18시 30분


“해방 때만 해도 미미했던 감귤 산업이 이제는 제주도의 생명줄로 성장한게 가장 보람스럽습니다.”

‘제주 감귤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허인옥 제주대 교수(65·생물학과·사진)가 24일 정년 퇴임한다. 반평생을 감귤 연구에 바친 허 교수는 제주도의 감귤 농업이 지금처럼 번성하게 만든 주역중 한 사람. 제주도의 웬만한 감귤 농가치고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지만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지 자랑할 것이 없다”며 겸손해 했다.

허 교수의 ‘감귤 사랑’은 58년 제주대 농학부를 졸업한 뒤 시작됐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허 교수는 집안 소유의 3000평 농토에 감귤을 심고 홀로 연구에 뛰어들었다.

“60년대 중반 감귤나무를 빽빽하게 심어 기르는‘계획적 밀식법’을 개발했어요. 첫 수확에 걸리던 시간이 10년에서 3년으로 줄었죠. 이 방법을 농가에 보급하자 제주도에서 감귤 농업이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허 교수가 새로운 재배법을 다른 농가에 보급하면서 제주도의 감귤 농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제주도의 감귤 농장은 50년대 30ha 정도였지만 60년대 후반에는 1000ha로 늘어났고, 제주도는 현재 세계 2∼3위를 다투는 감귤 재배 지역으로 성장했다. 78년 제주대에 부임한 허 교수는 이후 제주 감귤에 비타민은 물론 감기약으로 쓰이는 헤스페리딘, 냄새를 없애는 후라보노이드 등 각종 영양소가 많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으며, 95년부터 제주 지역 경실련 공동대표를 맡는 등 사회활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허 교수는 은퇴한 뒤에도 감귤 연구를 계속하고 제주 감귤에 대한 책도 쓸 계획이다.

“요즘 감귤 값이 떨어지고, 중국귤의 수입 공세도 우려돼 걱정입니다. 우선 과잉 상태인 감귤의 생산량을 조금 줄이는 한편 더 달고 우수한 신품종을 개발해 수입 귤에 대처해야 합니다.”

<김상연동아사이언스기자>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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