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신인왕 후보 0순위' 삼성 박한이

  • 입력 2001년 8월 15일 18시 49분


야구선수 가운데 신인과 고참의 차이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새내기는 마이크 앞에 서면 우물쭈물하거나 뒤통수를 긁으며 할 말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올해 삼성에 입단한 왼손타자 박한이(22)도 이런 면에서 영락없는 신참.

14일 잠실 두산전에서 9-7로 이긴 뒤 박한이는 승리의 주역으로 기자회견을 했다.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가”라고 물었더니 “운동장 밖에서 사복 입었을 때 팬들에게 편안한 오빠 동생으로 남고 싶다”고 엉뚱한 답변을 했다.

어쨌든 박한이는 요즘 부쩍 인터뷰 요청을 받는 날이 많았다. 루키답지 않은 활약으로 삼성의 선두 행진을 이끌고 있기 때문.

이날 역시 박한이는 4타수 2안타로 3타점을 올리며 맹타를 휘둘렀다. 4회초에는 2타점 좌중간 적시타를 날렸고 8회초엔 승리에 쐐기를 박는 1타점 우중간 2루타를 터뜨렸다.

타석에서만 잘한 것은 아니었다. 팀이 6-1로 앞선 6회말 1사 만루의 위기 상황에서 두산 대타 최훈재의 큼지막한 3루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내 대량 실점을 막아냈다.

동국대 시절 국가대표로 활약한 박한이는 정교한 타격과 빠른 발을 앞세워 스타 군단 삼성에서 데뷔 첫해부터 일찌감치 주전자리를 꿰찼다.

14일 현재 95경기를 소화하며 타율 0.288에 8홈런 45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볼넷 44개를 얻어 선구안도 뛰어나다는 평가. 시즌 초반 프로의 높은 벽에 막혀 다소 주춤거렸으나 전반기 후반부터 적응이라도 끝난 듯 타격 감각에 물이 오르기 시작했다. 평생 한번뿐인 신인왕의 영광은 이미 그의 품안에 들어가 있다는 얘기까지 돌 정도. 하나를 가르치면 두세 가지를 깨쳐 기량이 일취월장하고 있으며 근성 있는 야구를 한다는 게 삼성 코칭스태프의 칭찬.

“뛰어난 선배가 많아 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2번 타자로서 출루율을 높이는 데 주력해 팀이 정상에 서는 데 보탬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신인상은 마음을 비우고 열심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오는 게 아니겠느냐는 박한이의 다짐이 예사롭지 않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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