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심규선/"참배 하려면 몰래 가라"

  • 입력 2001년 8월 7일 18시 28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여부는 요즘 일본 정계에서도 최대의 관심사다. 8월15일이 다가옴에 따라 점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일본의 각 신문과 방송은 앞다퉈 여론조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직은 ‘반대한다’거나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어떤 조사에서는 ‘당당히 참배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는 일본 국민의 의견이 양분되어 있는 것이다.

최근 고이즈미 총리가 ‘숙고중’이라는 말을 자주 해서인지 방송 뉴스에는 ‘고이즈미 총리, 아직도 숙고중’이라는 자막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6일 일본 교수 6명이 주도한 총리 참배 반대 기자회견은 일본 지식인들의 생각을 알게 하는 의미있는 행사였다. 이들은 지식인 23명이 서명한 편지를 총리에게 전달하면서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는 고민할 필요도 없는 사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미즈시마 아사호(水島朝穗) 와세다대 교수는 “총리는 정 참배를 하고 싶으면 선글라스를 끼고 모자를 쓴 뒤 혼자 밤에 몰래 가면 된다”고 방법을 제시했다. 개인적 참배라고 주장하더라도 경호원과 비서관이 따라가면 국민의 세금을 쓰게되므로 공식참배가 되고, 정교분리를 규정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총리 본인이 “총리는 24시간 총리”라고 했으므로 개인적 참배를 주장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카하시 데쓰야(高橋哲哉) 도쿄대 교수는 “일본은 전쟁에 지면서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사상도 버렸다”며 “왜 총리가 죽음을 미화 찬양하는 야스쿠니에 가야 하는지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교수들은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그러기 위해서는 무리한 논리를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에 대한 고이즈미 총리의 답변이 궁금하다.

<심규선 도쿄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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