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뜨겁다/원로-시민단체 32人성명 파장 정치권 반응]

  • 입력 2001년 8월 3일 18시 34분


한나라당은 3일 사회원로와 시민단체인사 32인의 언론사 세무조사 관련 성명에 대해 전적인 공감을 표시한 반면 민주당은 야당의 정략적 왜곡을 경계했다.

▽한나라당〓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정부가 조세정의 확립 차원이라고 주장해 온 세무조사가 사회원로들 눈에도 부당하게 비쳤음이 드러났다”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언론탄압 등 국론분열 책동을 빨리 수습하라”고 촉구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이번 성명은 대한변협의 ‘법치주의 후퇴’ 주장과 일맥상통한다”며 “‘탄압의혹을 해소하라’는 주장과 ‘지금처럼 공론의 장이 파괴된 적이 없었다’는 뼈아픈 지적을 현 정권은 새겨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어제 성명을 발표한 몇몇 원로들과 통화했는데 ‘방송 보도가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당직자들에게 말했다.

▽민주당〓당4역회의는 일단 “원로들이 성명에서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데 대해 공감하고 있으며, 원로들의 고언을 유념하고,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는 의혹 없이 처리해 나간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면서도 김중권(金重權) 대표는 “각 사안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게 보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고, 임채정(林采正) 국가경영전략연구소장은 “특정단체 대표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의견을 표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이 원로들의 성명까지 정략적으로 왜곡하여 국민을 호도하지 말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문철·선대인기자>fullmoon@donga.com

▼송월주 스님 개탄 "방송 편파왜곡 보도"▼

송월주(宋月珠) 조계종 전 총무원장이 전날 ‘32인 성명’에 대한 방송 보도 태도에 대해 “편파 왜곡 보도가 너무 심하다”고 개탄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한나라당 이경재(李敬在) 홍보위원장은 이날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월주 스님과 어젯밤 우연히 통화했는데 월주 스님이 ‘방송보도 내용을 들으니 핵심은 온데 간데 없고 성명의 한쪽 부분만 부각시켜 왜곡 보도를 하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월주 스님은 방송이 ‘언론사의 반성을 촉구하는 부분만 보도하고 다른 내용들은 보도하지 않아 우리들의 진의가 왜곡돼서 전달됐다며 이렇게 방송 보도가 편파적인지 이제야 실감했다고 개탄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또 “월주 스님은 언짢았던지 수화기를 들자마자 이 말을 했으며, 여러 번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왜 냈는지 모르겠다" 청와대 불만▼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3일 ‘32인 성명’에 대해 “제일 말하기 쉬운 게 양시론(兩是論)이요, 그 다음이 양비론(兩非論)이며, 가장 어려운 게 양자의 시비를 가려주는 것인데 이번 성명의 내용을 보면 정부와 언론에 대한 양시 양비론으로 끝났더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와 언론) 양측에 대한 원론적 문제제기라고 하지만 한쪽 부분만 아전인수격으로 부각될 것이 뻔한데 왜 그런 성명을 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소수이긴 하지만 청와대 일각에서 이번 성명을 계기로 언론사 조사에 대한 ‘속도 조절론’도 제기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언론사 조사를 둘러싼 정국상황 전반을 차분하게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성명발표 작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서경석(徐京錫) 목사가 “(성명서에) 서명한 분들 중에는 정권 쪽과 가까운 분도 많다”며 “그 분들은 뭔가 국면전환이 필요하다는 간곡한 마음으로 서명한 것이다”고 말한 것도 이와 관련해 관심을 끈다.

그러나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런 성명이 나왔다고 해서 언론사 조사가 달라진다면 지금까지 언론사 조사가 순수하지 않았음을 자인하는 꼴이 될 것”이라며 속도 조절론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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