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유력인사 가입 특정펀드…'수익률 맞춰주기' 논란

  • 입력 2001년 8월 3일 18시 17분


국내 굴지의 벤처캐피털인 한국기술투자가 당초 실적배당상품으로 판매한 구조조정펀드의 손실을 보전해주고 회사자산을 넣어 수익률을 맞춰주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1호 구조조정펀드이자 자산이 2028억원, 투자자가 4900명으로 국내 최대규모인 이 펀드에는 정관계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일부 가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구조조정펀드의 등록 및 운용을 규정해놓은 산업발전법에는 일반적으로 펀드에 적용되는 원본보전이나 수익률 맞춰주기에 대한 금지규정이 전혀 없어 투자자들과 운용사의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기술투자는 3일 임시주총을 열어 1호 기업구조조정조합에 대해 투자원금의 손실이 날 경우 원금을 보전해주는 한편 회사 자산과 조합의 부실 투자자산을 137억원씩 교환해 수익률을 높여준다는 합의안을 통과시켰다. 회사자산과 교환되는 부실 투자자산에는 200억원을 투자했다가 160억원의 손실을 입은 코스닥 기업인 리타워텍의 주식도 들어있다.

한국기술투자의 양영모 이사는 “당초 99년에 이 펀드를 조성할 당시에는 손실을 볼 수 있는 실적배당상품이라는 사실을 공지했지만 서갑수 전 회장이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되자 투자자들이 회사의 부실경영 탓이라며 손실보전을 요구해와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양 이사는 “법상으로 원본보전 금지조항이 없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결정의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입장.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일반 펀드는 원본보전을 명백히 금지하고 있고 무엇보다 회사 자산과 펀드자산을 교환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같은 결정으로 인해 개인투자자는 투자책임원칙에 어긋나는 모럴해저드에 빠질 수 있고 벤처캐피털사는 과거 투신사처럼 부실이 불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코스닥 등록기업인 한국기술투자의 회사자산으로 손실을 보전함으로써 이 회사 주식을 매입한 선의의 주식투자자들이 손해를 입게 된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해당 펀드의 투자자들 중에 영향력이 많은 사람들이 가입해 있어 자칫 손실이 커질 경우 회사 이미지뿐만 아니라 구조조정펀드 전반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기술투자는 99년 이 펀드의 투자자를 모을 당시 목표 수익률 100%를 제시해 유력인사들이 대거 이 펀드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기술투자의 서정기 팀장은 “펀드 내에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가입해 있다는 것은 들었지만 이번 결정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구조조정펀드의 기반법인 산업발전법을 관장하는 산업자원부는 펀드의 기본 운용에 관한 규정이 미비하다는 점을 인정해 원본보전 금지와 회사자산과 펀드자산 간의 이동 등을 금지한 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뒤늦게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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