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러 마피아의 '웅담 비즈니스'

  • 입력 2001년 8월 2일 18시 40분


지난달 27일 오후 3시경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

회사원 K씨(28)는 평양행 고려항공기에 타는 북한 사람들을 보며 서울행 비행기의 출발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훤칠한 외모의 한 러시아 남자가 더듬거리는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미스터! 웅담 살래요?”

‘은밀한 거래’에 호기심이 발동한 K씨가 입을 열었다.

“웅담이요? 그거 가짜 아니에요?”

‘가짜’라는 말이 불쾌했는지 이 남자는 손가방에서 신문지에 싼 웅담을 꺼내 보여줬다.

“난 ‘웅담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가요. 내가 직접 산에서 잡은 곰의 쓸개란 말이요. 러시아 마피아에 ‘가짜’란 없어요.”

‘러시아 마피아’라는 말에 겁이 난 K씨. 완곡하게 거절한 뒤 한국인 관광객들 사이로 몸을 ‘숨겼다’.

한 여행객의 말이 들렸다.

“한국 남자들은 완전 ‘봉’이야. 마피아로부터 돼지 쓸개를 사 놓고 웅담을 샀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심하다 못해 딱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야.”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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