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을 말한다]연출가 이지나의 록 뮤지컬 '록키 호러 쇼'

  • 입력 2001년 8월 2일 18시 31분


록 뮤지컬 ‘록키 호러 쇼’는 1972년 영국에서 초연된 뒤 젊은 층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온 작품이다. 이 뮤지컬의 주제는 한마디로 ‘일탈’이다. 잘 알려진 대로 이 작품에는 도덕이 실종되어 있다. 심지어 우리의 도덕관을 조롱하기까지 한다.

줄거리는 이렇다. 자넷(김선경 예지원 더블캐스팅)과 브래드(이선균) 커플이 여행 중 방문한 프랑큰퍼터(홍록기)의 성(城). 이 곳에는 윤리적이고 평범한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안될 모든 것들이 벌어지고 있다. 마약, 동성애, 스와핑(부부교환), 식인(食人), 그룹섹스 등등….

평범한 두 남녀는 놀랍게도 이를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심지어 즐긴다. 이 커플의 모습은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 간직된 일탈에 대한 욕구가 표출된 것이다.

이 작품의 생명력은 주류 문화에 대한 조롱, 절대적 윤리관에 대한 도전이다. 내 약혼녀가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해도 그냥 슬슬 넘어간다. TV의 베스트극장이었다면 난리가 날 일 아닌가.

나는 프랑큰퍼트의 시점으로 이 작품을 연출했다. 이를테면 즐기자, 그냥 놀자, 마시자, 심각하지 말자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을 갖고 있는 장면은 사실 원작에는 없다. 퇴폐 향락의 상징 프랑큰퍼트가 다른 이들의 비난 속에 자위를 하는 장면이다. 결국 이뤄질 수 없는 ‘성의 유토피아’를 꿈꾸던 그가 결국은 패배자가 되는 과정을 담은 것이다.

하하하, 이야기를 늘어 놓다보니 대단한 작품인 듯 너무 진지한가?

이것 저것 빼고 작품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보다 관객들이 웃고 즐길 수 있는가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뭔가 씁쓸하고. 특히 홍록기의 뒷 모습이 외로워 보인다면 괜찮은 연출가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록 뮤지컬 '록키 호러 쇼'

제작 진우예술기획

#26일까지 서울 동숭동 폴리미디어 시어터(화∼금 오후7시반, 토 오후4시 7시반, 일 오후3시 6시, 8월3·14·24일 밤11시 심야공연 있음)

#입장료 3만∼4만원

#02-516-1501

<이지나(연극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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