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에는]오성태/월드컵 준비하며 울산이 커 간다

  • 입력 2001년 8월 2일 18시 26분


“마누라가 바람이 났나?”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시민운동을 벌이는 월드컵울산문화시민협의회 사무실에 하루는 열성적으로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여성홍보단원의 남편이 찾아왔다. 매일 밤 늦게까지 무얼하고 돌아다니는지 몰래 뒤를 밟다가 찾아온 것이었다. ‘바람난 줄 알았다’던 그 남편은 열심히 일하는 부인을 확인한 뒤 자신도 이 운동의 적극적인 후원자가 됐다.

지금 울산은 월드컵 개최도시로서의 준비가 한창이다. 월드컵 경기장 개장식을 이미 치렀고 컨페더레이션스컵을 성공리에 마쳤으며 시민의식 개혁운동에 전 시민이 나서고 있다.

1년 전 ‘월드컵문화시민운동’을 시작했을 때는 스포츠 행사와 시민들의 문화의식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내외국인 손님을 맞기 위해 거리와 화장실을 깨끗이 하고, 친절한 말씨와 표정을 가다듬는 일이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많은 시민이 인식하고 동참한다.

올 들어 울산에서는 운수업, 음식업, 숙박업 종사자 8000여명과 공무원을 합해 1만여명이 친절교육을 받았다. 이와 별도로 1000여명의 교통시민감시단은 매일 거리질서와 교통질서 캠페인에 나선다. 청결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화장실 개선운동을 벌이면서 주유소 화장실 262개를 새로 개방하도록 했다. 9월 초에는 주부대학동창회원 7800여명 등 9100여명의 청결봉사대가 월드컵 경기장과 시내 구석구석을 청소할 계획이다.

의식 개혁을 위해서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가 가장 중요한 작업이었다. 이를 위해 월드컵 문수경기장 부근에 시민의식을 고양하는 대형 걸개그림을 내걸었는데 이것이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 때 문제가 됐다. 경기장 반경 2㎞ 내의 모든 권한을 가진 국제축구연맹(FIFA)측이 철거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할 수없이 새벽에 FIFA 직원이 묵고 있는 호텔로 찾아가 장시간 설득한 끝에 결국 우리측 의도를 관철시킬 수 있었다.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울산에서는 시민의식이 성숙해 가는 것을 느끼고 있다. 월드컵이 끝나더라도 이런 운동이 계속돼 울산이 깨끗하고 안락한 환경을 갖춘 문화 복지도시로 거듭나길 빌어 본다.

오성태(월드컵울산문화시민협의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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