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중국 현대신사실주의 대표작가 소설선'

  • 입력 2001년 7월 27일 18시 44분


◆ '중국 현대신사실주의 대표작가 소설선'/팡팡 외 지음 /519쪽 1만5000원 책이있는마을

최근 만난 한 출판사 사장은 “지금부터는 매달 중국에 다녀올 생각”이라고 했다. 정부가 내는 ‘인민 계몽서’는 초판을 4000만부나 인쇄한다는 초대형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이다.

시장경제 도입으로 발전의 급류를 타고 있는 중국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경제성장만이 아니라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면서 예술적 저력까지 세계에 과시했다.

어느 사회든 변화의 축도는 문학으로 발현되는 법. 하지만 우리는 중국 현대문학에 대한 정보가 태부족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 현대소설 대표작가의 작품을 골라 번역한 이 책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이 소설선은 ‘신사실주의’라는 체를 통해 다양한 중국 현대문학의 스펙트럼을 걸러낸 것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이런 경향은 서구의 문학기법이 갖는 예술적 장점을 나름대로 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뜻한다.

구(舊)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갖는 날카로운 현실인식과 강렬한 역사의식을 놓치지 않는 점이 강점이다.

여기 실린 팡팡(方方) 류헝(劉恒) 류전윈(劉震元) 츠리(池莉) 등은 중국인이 처한 현실을 나름의 시각으로 묘사한 대표적 작가들이다. 부두노동자 일가족의 처절한 생존기를 그린 팡팡의 ‘풍경’은 태어난지 보름만에 죽은 여덟 번째 아들을 화자로 내세워 자본에 물들어가는 인간의 추악함을 음산하게 묘사한다.

장이모우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 ‘국두’ ‘귀주 이야기’의 원작자인 류헝의 ‘애정의 소용돌이’는 모범적인 중년 유부남의 혼외정사를 통해 성욕과 권력욕에 허물어지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밖에 류전원의 ‘직장’은 중국식 조직 시스템인 ‘단위’의 감시와 압력을 통해 중국 특유의 권력 역학관계를 빗댔고, 츠리의 ‘번뇌인생’은 평범한 기술공의 하루를 통해 이념과 계급이 사라진 시대의 자질구레한 일상사를 세밀하게 그렸다.

이들 작품을 편역한 김영철 동국대 중문과 교수는 “이 소설에는 중국인의 집단 의식과 무의식이 녹아있어 현재의 중국사회의 참모습을 심도있게 이해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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