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산토스 '우익'의 희망

  • 입력 2001년 7월 26일 18시 48분


올 시즌 프로야구는 유난히 왼손타자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25일 현재 타격 랭킹 10위 가운데 스위치히터 호세(롯데)를 포함해 무려 9명이 좌타자다. 한국야구위원회 등록 선수 가운데 70%를 차지하는 오른손 타자는 체면이 구길 수밖에 없는 상황.

왼손타자들이 풍년가를 부르는 가운데 해태 외국인 선수 산토스(35)가 유일하게 오른손 타자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82경기에 출전한 산토스는 타율 0.333으로 랭킹 7위에 올라 있다. 또 타점 2위(74점) 최다안타 3위(102개) 홈런 8위(17개) 등 공격 부문에서 고르게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오른손 타자의 선봉 산토스는 더위라도 먹은 듯 최근 5경기 타율이 0.250에 그치며 슬럼프에 빠졌던 게 사실. 지난달 말 아내와 두 자녀가 한국을 찾은 뒤 가족 앞에서 너무 잘하려다 보니 오히려 의욕만 앞서 부진했다는 게 구단 관계자의 얘기.

중심 타선의 핵인 산토스가 헤매면서 해태는 4연패에 빠지며 4위 자리마저 위태로웠다.

그러나 25일 부산 롯데전에서 산토스는 4타수 2안타로 모처럼 맹타를 휘두르며 2타점을 올려 팀의 2-0 승리를 홀로 이끌었다. 4회초에는 기선을 제압하는 선제 솔로홈런을 터뜨려 연패 탈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해태 김성한 감독은 “산토스가 살아나야 팀 전체가 살아난다”며 “타격 감각을 잃어버려 마음 고생이 심했는데 다시 제몫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1m96, 102㎏의 체구에 우락부락한 외모와 달리 침착하고 차분한 성격을 갖고 있는 산토스의 별명은 ‘대학 교수’. 느리고 점잖은 말투를 지닌 그는 동료들과 야구 얘기를 즐기며 코칭스태프에게도 논리 정연하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좀 잘한다 싶으면 무리한 요구를 하고 돌출 행동을 일삼는 다른 외국인 선수와는 영 딴판이며 성실한 성격도 돋보인다는 평가.

산토스는 “타율 0.350 이상을 치는 게 내 개인 목표이지만 무엇보다도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도록 보탬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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