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칼구스타프 융의 '정신요법의 기본문제'

  • 입력 2001년 7월 20일 18시 41분


◇정신요법의 기본 문제 칼 구스타프 융 지음 한국융연구원 옮김 398쪽 2만5000원 솔

9권으로 구성된 융 기본 저작집 중 제 1권에 해당하는 ‘정신요법의 기본 문제’가 번역 출간됐다. 몇 년전 도서출판 열린책들에서 프로이트 전집이 출간된 바 있어 이번 솔출판사의 융 기본 저작집이 완간되면 정신분석에 관한 기본 텍스트들은 대략적으로 완역이 되는 셈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기획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독일 발터 출판사가 엄선한 독일어 선집을 판본으로 삼은 것도 높이 살만하다.

유아기의 성적 경험의 핵심을 이루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근거한 프로이트의 이론과는 달리,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의학을 전공한 융의 저작들은 정신현상의 집단적이고 문화적인 형성 요인에 관심을 기울인다. 두 사람 모두 무의식의 존재와 의식에 대한 지배를 확신했지만 두 사람은 이후 무의식을 중심으로 서로 상반된 반대 방향으로 갈라서게 된다. 프로이트가 메타사이콜로지를 통해 자신의 이론을 체계화해 정밀 과학을 꿈꿨다면, 융의 저술들은 인간 정신의 우주론적 깊이까지를 천착하려는 전혀 다른 꿈을 가지게 된다.

상징, 연금술, 대극 합일 등의 용어는 융의 무의식에 대한 연구가 의학에 한정된 것이 아님을 잘 일러준다. 프로이트가 경계했던 방향으로 융은 나갔던 것이다. 조형 예술, 문학, 신화학 그리고 나아가서는 신학 등에서 융의 저작들이 응용의 기회를 얻고 있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출간된 제 1권은 얼핏 치료에 국한된 테크닉을 기술한 책 같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융의 분석 심리학이 딛고 있는 인간에 대한 애정 어린 이해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비록 우리가 더 나은 인식을 위해서 모든 경우에 먼저 인과 관계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고 하더라도 어떤 경우에는 절대적 비합리성의 여지를 조금은 남겨두는 것이 적절한 일인 듯하다.”

꿈의 특성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융이 한 이 말은 이 첫째 권 전체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합리적인 것은 비합리적인 것의 일부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비합리적인 것에 절대성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은 그러므로 이론이기에 앞서 용기이며 사랑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융의 매력은 여기에 존재한다, 그 매력의 모든 약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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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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