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민웅/난해한 일들

  • 입력 2001년 7월 20일 18시 27분


필자는 그동안 담당 과목인 ‘뉴스 읽기와 보기’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상(賞)을 내걸고 있었다. 현상 내용은 북한 관련 뉴스를 신문이나 TV에서 보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제외한 북한 사람 가운데 배 나오고 살찐 사람을 발견한 학생에게는 1만원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현상금을 내건 지 몇 년이 지났건만 그런 사람을 발견했다는 학생은 없었다. 그러다 드디어 5월 초순 처음으로 현상금을 지급해야하는 일이 생겼다. 김 위원장의 큰아들 김정남이 일본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필자는 솔직히 그의 살찐 모습을 보고 감동했다. ‘오! 북한에도 저렇게 살찐 사람이 있구나’ 하고….

▷여기서 상식인으로서 필자의 의문은 시작된다. 왜 북한에는 김 위원장 부자말고는 배 나오고 살찐 사람이 없는가? 특별한 다이어트 기술이라도 있는가? 그렇다면 김 위원장 부자는 왜 그렇게 살이 쪘는가? 북한의 식량 사정은 최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A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95년부터 시작된 식량난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95년부터 98년까지 4년간 22만 명의 북한 주민이 기근으로 죽었다고 5월 최수헌(崔守憲) 북한 외무성 부상이 베이징 유엔아동기금(UNICEF) 회의에서 밝혔다.

▷특히 어린이들이 받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한다. 지난달 하순 서울에 온 유엔 아동기금 평양사무소 리처드 브라이들 대표를 인터뷰한 한 신문 보도에 따르면 “북한 어린이들은 여전히 만성적인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6개월에서 7세 사이의 북한 어린이 62%가 발육부진 상태이고, 30%는 빈혈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브라이들 대표는 “5월 평안남도에 있는 보육원을 방문했는데 어린이들이 초점 풀린 눈으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다. 이는 오랜 영양실조로 뇌신경이 제대로 발육하지 못한 증거”라면서 “참 마음이 아팠다”고 증언했다.

▷주민을 굶주리게 한 김 위원장을 서울에 오게 하려고 그토록 애를 쓰는 김대중 정부의 노력도 필자와 같은 사람에게는 난해하기만 하다. 그가 서울에 온다고 해서 우리 국민과 북한 주민에게 어떤 이익이 될 것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민웅 객원 논설위원(한양대 신방과 교수)minwle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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