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7월 16일 08시 31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35기 왕위전 본선은 파란의 연속이었다. 리그 중반 5승으로 단독 선두를 달리던 조훈현 9단이 서봉수 9단에게 덜미가 잡히면서 2패씩을 안고 있던 안영길 4단, 이세돌 3단에게도 한가닥 희망이 생겼다. 특히 조 9단은 서 9단과의 바둑에서 5집반인 왕위전의 덤을 6집반으로 착각하고 바둑을 두다가 마지막 계가 단계에서 반집으로 승부가 뒤집히는 바람에 더욱 아쉬움이 컸다.
아니나 다를까 본선 마지막 대국에서 조 9단은 이 3단에게 어이없게 패하며 조 9단, 이 3단, 안 4단 등 3명이 5승 2패로 동률을 기록했다.
대진 추첨 결과 이 3단과 안 4단의 승자가 조 9단과 최종 도전자 결정국을 두게 됐다.
올 다승 3위를 기록 중인 안 4단은 이 3단을 누르고 12일 조 9단과 최종 대국을 벌이게 됐다. 안 4단이 이긴다면 본인의 첫 도전기 진출이자 또 한명의 스타 탄생을 알리는 것.
그러나 요즘 후지쓰배 결승에 진출하는 등 맹활약 중인 조 9단의 저력은 만만치 않았다.
흑을 든 안 4단은 초반 두터운 바둑으로 국면을 이끌었다.
백이 장면도 1로 삭감하러 온 장면. 여기서 흑이 2로 받은 것은 침착했다. 백 3이 조 9단 특유의 날카로운 잽. 이런 잽을 당할 때 상대는 상당히 괴로워진다.
잽을 한번 맞을 때는 큰 충격이 없지만 이것이 쌓이면 큰 펀치보다 더 상대를 괴롭게 만든다.
침착하게 두던 안 4단이 갑자기 흑 6으로 도발을 감행했다. 검토실 기사 모두 이 수를 패착으로 꼽았다. 그냥 8에 둘 자리라는 것. 국후 안 4단은 흑 6으로 둘 때는 흑 8로 A에 두어 백을 다 잡으러 가자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자신감이 없어져 장면도의 흑 8로 두었다는 것.
이같은 미세한 작전 변경이 또다시 백 9와 같은 날카로운 잽을 불렀다. 백 B로 끊는 맛이 생긴 것. 결국 백 15까지 흑 한점을 잡으면서 백이 쉽게 타개해 초반부터 백이 기선을 잡게 됐다.
174수만에 조 9단의 불계승. 아직도 바늘 끝만한 상대의 틈을 파고드는 조 9단의 뛰어난 감각과 기량을 느끼게 하는 한판이었다. (프로기사)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