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답안지 실종 사건

  • 입력 2001년 6월 18일 18시 47분


최근 서울 A대학에서 열린 수학경시대회를 주관했던 L씨(33)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경험을 했다. 한 강의실에서 40명이 시험을 쳤지만 정작 수거된 답안지는 39장에 불과했기 때문. 감독관들은 비상 회의를 하고 사라진 답안지를 찾으려고 강의실을 이 잡듯이 뒤졌지만 헛수고였다.

고민하던 L씨는 답안지가 분실된 중학생 집에 전화를 걸었다.

“죄송합니다. 감독관이 실수로 답안지를 분실한 것 같습니다. 재시험 응시 기회를 부여할테니 너그럽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아들이 얼마나 준비했었는데…. 아이가 돌아오면 다시 연락드리죠.”

학생의 어머니 말에는 실망이 가득했다.

사태 수습이 막막하기만 한 L씨. 일손을 놓고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저∼. 아까 전화받았던 학생 어머니인데요.”

떨리는 목소리였다.

“답안지 제가 갖고 있어요. 우리 아이가 시험 점수가 나쁘면 혼이 날까 두려워 아예 답안지를 들고 나와 버렸대요. 죄송해서 어쩌지요….”

<박용기자>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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