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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30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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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의 오랜 연구 끝에 지난해말 펴냈던 ‘국어어원사전’은 그의 언어학 연구의 결정(結晶)이라 할 만하다. 몽골어 터키어 만주어 퉁구스어 같은 알타이계(系) 언어와의 방대한 비교연구를 통해서 우리말의 뿌리를 찾아내고 있다.
서 교수는 최근 에세이집 ‘한국 문학과 문화의 고향을 찾아서’(문학사상사)를 냈다. ‘국어어원사전’을 펴내는 과정에서 겪고 느꼈던 감상을 담은 책이다. 부제는 ‘민속과 무속 그리고 어원에서 찾는 민족의 정체성’.
여기서도 그의 관심은 무속과 어원 연구를 통해 우리 민족의 정신과 문화의 뿌리를 찾는 것이다. 고대와 현대의 문학작품에 스며있는 전통적 샤머니즘을 판독하고, 현대까지 전해지는 전통신앙의 흔적을 발굴하고, 잃어버렸던 조상의 언어를 거슬러 올라간다.
무속에 근거한 서 교수의 풀이는 기발하면서 설득력을 갖춘 통찰을 제공한다. 서 교수의 주장이 번뜩이는 대목은 우리말의 어원에 대한 해박한 비교언어적 분석이다.
알타이어인 북방계어가 자음으로 끝나는 폐(閉)음절어 중심이고, 남방계어가 모음으로 끝나는 개(開)음절어 중심이란 점이 그렇다.
추운 지방에 사는 북방계 사람은 말을 할 때 개음절어을 사용하면 입을 벌려 공기를 내보내므로 체온이 떨어진다. 그래서 ‘발’ ‘떡’ ‘옷’과 같이 말음(末音)에 자음이 붙어 몸 속 공기를 차단하는 말 위주로 발달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언어 비교를 통해서 우리말은 산맥과 바다를 건너 세계의 언어와 그 뿌리를 공유하고 있음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예를들어 강(江)을 뜻하는 우리 옛말 ‘가람’의 어근인 ‘갈’은 일본어의 ‘가와(河)’와 어원이 같다. 아메리카 인디언이 이름 붙인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가라’의 뜻도 강이라 전한다.
이 책에서는 일본어와 언어의 종주를 가르는 대목도 찾을 수 있다. 특히 일본을 뜻하는 ‘왜(倭)’의 어원이 사람을 뜻하는 우리 옛말 ‘어리’에서 온 것을 밝히면서 고대 왜정권을 수립한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이었다고 주장한다.
누 천년의 세월 동안 부식된 언어의 흔적을 찾으려는 서 교수의 작업은 지금 우리 말의 참 의미를 찾는 것에 모아진다. 지금은 상투어로 전락해 가치가 바래버린 ‘사랑’이란 말은 어떤가. 그는 몽골어와의 비교를 통해 사랑과 사람(인·人)의 말뿌리가 같음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사랑의 원래 뜻은 ‘사람이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 교수는 “말의 뿌리를 밝히는 일은 원시 언어로의 복귀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뿌리를 찾는 일과 일맥상통한다”면서 “우리가 뿌리를 찾아야 하는 이유는 내가 서 있는 자리를 이해함으로써 내일의 힘을 얻을 수 있는 역사의식을 갖추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