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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27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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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달린듯 사람을 보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이다. 하루에 가장 자주 쓰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한번은 시댁 어른들을 찾아뵈었다가 나도 모르게 나온 적도 있었다. 그러나 부끄럽지 않았다. 나는 프로 직업인이기 때문이다.
내가 카드상담사로 발을 디딘지 이제 4년 가까이 돼간다. 나이 40에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남편도 말리고 애들도 창피하다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부끄러워 신청하는 분들의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방문영업할 때는 잡상인 취급을 당해 쫓겨나기 일쑤였다. 하지만 한번 해보자는 마음을 굳히고 가속도가 붙을 때부터 내 실적은 뛰었다. 올해는 선배들을 제치고 회사가 시상하는 상담사 대상을 받았다.
눈치 보고 부끄러워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스스로 신용사회의 전도사라는 자부심, 전문직업인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카드를 설명하고 권하겠다고 결심했다. 이런 태도가 몸에 익다보니 “뭐가 그렇게 자신있어서 이렇게 당당해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다.
또 나만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고 내 얘기를 들어줄 곳이 어디일까’하고 생각하다가 주유소를 떠올렸다. 운전자들의 재떨이를 비워주고 차를 닦아주며 카드를 설명했다.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고객들도 차를 닦으며 얘기하는 말을 점점 귀담아 듣기 시작했다. 이제 주유소는 제2의 일터가 됐다.
무엇보다 회원자격이 되지 않으면 신청을 받지 않는게 가장 큰 노하우이다. 자격기준이 되지 않는 사람은 나에게는 물론, 당사자에게도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기 쉬우므로 처음부터 받지 않는다.
지금 내 연봉은 1억원이 넘는다. 물론 가정에 조금 소홀할 수 밖에 없어 남편과 아이들에게 미안하지만 당당하게 일하는 프로이자 커리어 우먼으로서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낀다.
그러나 요즘 들어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가두판매나 방문판매가 안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10여만 상담사들의 활로가 끊긴다고 생각하면 답답하기만 하다. 10만명의 일자리를 일시에 빼앗는 일이 과연 현명한 일일까? 상담사들을 신용사회의 전도사로 인정해주길 바랄 뿐이다.
삼성카드 최혜정 상담사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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