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키라이>시원산뜻한 연애물

  • 입력 2001년 5월 23일 17시 35분


남녀노소 누구나 한 눈에 반해 버릴 만한 매력남 하나다 신타로우. 출중한 외모에 세련된 매너까지 겸비한 슈퍼 킹카다. 덕분에 고교생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화려한 여성 편력의 소유자인데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자들은 신타로우에게 열광한다.

그런 신타로우에게 드디어 호적수가 출현한다. 믿을거라곤 외모밖에 없으면서 여자나 밝히는 신타로우를 경멸스럽다고 당당히 말하는 그녀 마츠모토 사쿠라. 동급생인 두사람이 사사건건 시비가 붙어 옥신각신하는 통에 학교는 조용할 날이 없다.

신타로우와 사쿠라가 아슬아슬한 원수관계를 형성하고 있을 때 사건은 엉뚱한 곳에서 터졌으니 사쿠라의 어머니와 신타로우의 아버지가 재혼을 하게 된 것이다.

매일같이 학교에서 만나 으르렁거리는 것도 지겨운데 남매지간이 되다니! 끔찍하게 싫어하는 신타로우와 함께 살게 된 사쿠라의 운명은 과연 어찌될 것인지?

책을 펼치는 순간 '천하의 바람둥이 임자 만나다'로 순식간에 주제가 간파되는 학원 연애물 <키라이>. 제목의 뜻이 '싫어'인 것과는 달리 앞으로 두 사람이 서로에게 어떤 마음을 가지게 될지 예측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독자의 예상은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키라이>의 주축을 형성하는 건 옥신각신하던 두 주인공이 정들어 가는 과정이다. 다만 이 이야기의 초점은 뚜렷한 이유도 없이 서로에게 반한 선남선녀가 수많은 난관을 뚫고 마침내 맺어지는데 있지 않다. 바보스럽기 짝이 없는 오해와 남발되는 우연, 얽히고 설킨 다각관계를 극복하는 연애만화의 흔한 갈등과 신파조 상황은 찾아 볼 수 없는 것이다.

작가는 확실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가 이끌어 나가는 이야기가 얼마나 위력적인지 잘 알고 있다. 세상에 다시 없는 호색한처럼 굴고 있지만 실상은 지독한 여성 불신에 빠져 있던 신타로우가 여성스러운 면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왈가닥 사쿠라의 남모를 섬세한 배려에 길들여져 가는 과정. 작가는 명확한 캐릭터 묘사로 별볼일 없어 보이는 이 단순 명쾌한 관계에 감칠 맛과 재미를 불어 넣었다. 그야말로 만화에나 나올법한 주인공들이지만 현실적인 감각의 사고와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게 바로 <키라이>의 매력이다.

만화적 재미는 그림이 번듯하고 상황만 기발하다고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이야기의 흐름이 얼마만큼 자연스럽고 독창적인가 달려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시원 산뜻한 연애만화 <키라이>는 당당히 합격점이다.

김지혜 <동아닷컴 객원기자> lemon_ja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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