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구자운-이승호 등 '홈런 공장장' 승률은 상위권

  • 입력 2001년 5월 17일 18시 20분


위에서부터 구자운 이승호 조규수
위에서부터 구자운 이승호 조규수
“칠 테면 쳐봐라.”

과거엔 투수가 홈런을 맞고 나면 얼굴을 들지 못했다. 홈런을 친 타자가 경쾌하게 다이아몬드를 도는 동안 고개를 푹 숙인 채 아예 마운드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투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젠 변했다. 프로에 입문한 지 3년도 채 안된 햇병아리, 정말 ‘겁없는 아이’들이 비겁하게 도망가는 공을 던져 볼넷을 주기보다는 차라리 홈런을 맞겠다는 당당한 모습으로 프로야구 마운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두산 3년생 구자운(21), SK 2년생 이승호(20)와 신인 김희걸(20), 한화 2년생 조규수(20)와 신인 지승민(23). 이들 5인방은 올해 ‘신흥 홈런공장장’이란 불명예를 얻었지만 그리 기분 나쁜 표정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홈런을 맞는 것을 훈장이라도 단 것처럼 생각하는 분위기다.

구자운이 대표적인 경우. 16일 현재 40이닝을 던져 8개의 홈런을 맞았지만 다승 2위(5승1패)에 0.833의 승률을 기록중인 그는 누가 뭐래도 두산의 에이스다.

지난해 신인왕을 차지한 이승호도 54와 3분의 1이닝에서 6개의 홈런을 맞았다. 올해 선발로 변신한 그는 이상하리만치 승운이 따르지 않아 5할승률(3승3패)에 머물고 있지만 탈삼진 2위(49개)와 평균자책 7위(3.21)에 올라 있다.

2억2000만원의 고액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김희걸은 28과 3분의 1이닝에서 9개의 홈런을 맞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거의 3이닝에 1개꼴의 홈런을 맞았다는 계산. 그러나 그는 팀의 당당한 선발투수로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하며 2승2패를 기록중이다.

지난해 이승호와 신인왕을 다퉜던 조규수도 42이닝에서 8개, 특급 신인 지승민도 40이닝에서 6개의 홈런을 맞았다. 조규수 역시 3승3패에 1세이브를 거들며 전천후 투수로 활약 중이고 김희걸은 1승도 없이 3패만 당했지만 1세이브에 2홀드를 따내 홀드부문 8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통산 최다 피홈런 투수는 10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올렸던 삼성 이강철로 182개를 기록중이고 한화 송진우와 한용덕(이상 170개)이 공동 2위에 올라있는 것만 봐도 ‘홈런공장장’이 결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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