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밀착취재]롯데건설 임승남 사장 "나는 환갑넘긴 40대"

  • 입력 2001년 5월 17일 18시 08분


건설업계에서 롯데건설은 좀 ‘이상한’ 회사다.

경기 침체로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3년 새 수주액이 오히려 3배 늘었다. 주택업계에서 이름이 없던 ‘롯데아파트’가 어느 틈에 웃돈이 붙는 고급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재건축 수주전에서도 업계 1, 2위 업체를 꺾고 잇따라 공사를 따내고 있다.

모두 임승남(林勝男·63)사장이 취임한 후 3년만에 이뤄진 일들이다. 그에겐 뭔가 있는 것 같다.

서울 잠원동 낡은 설악아파트 상가. 허름한 상가 한 켠에 롯데건설 본사가 있다. 3층 두어 평 남짓한 사장실. 임사장이 겉치레를 싫어해 소파는 낡았고 책상도 없다. 회의용 탁자만 덩그렇게 놓여있는 그 곳에서 환갑을 넘긴 그는 “나는 40대”라고 말했다.

“사장이 자신감을 갖고 열심히 뛰면 직원들은 저절로 따라합니다”

일견 평범한 경영관이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확실히 그는 열심히 뛴다. 철마다 보름씩 전국의 공사 현장을 누비고 다닌다. 그 곳에서 임사장은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한다. 밤새 직원들 이야기를 들어주고 폭탄주도 한잔씩 돌리고….

그는 “현장 직원들을 동생처럼 대하려고 애쓴다”고 했다. 임사장의 발길이 닿는 곳은 많다. 재건축 수주를 위한 홍보 현장에다 입주를 앞둔 아파트, 심지어 신문 광고에도 직접 등장한다.

많은 곳을 다니다보니 아이디어는 저절로 생긴다. 주부로 구성된 고객 서비스팀 LSP(Lady’s Service Part)를 만든 것도 임사장의 아이디어. ‘호텔 같은 아파트’라는 이미지도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회사 내 별명이 ‘만물박사’다.

그를 친화력에 아이디어를 갖춘 ‘재주꾼’으로 보면 오산이다. 그 뒤에 감춰진 열정과 돌파력을 보아야 한다는 뜻. 이는 다채로운 경력에서도 엿볼 수 있다.

64년 일본 롯데에 공채 1기로 입사해 37년째. 79년 롯데햄·우유 대표를 시작으로 CEO(최고경영자)만 23년. 음료 제과 호텔 쇼핑 등 그룹 계열사 중 거치지 않는 곳이 거의 없다. 잠실 롯데월드 건설, 중동 건설시장 진출 등 그룹의 기념비적인 사업을 도맡아왔다.

임사장은 “열정이 갖고 최선을 다하는 경영자에게 따로 전공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여느 CEO와 마찬가지로 그도 ‘사람’을 중요하게 여긴다. 다만 인사 원칙은 좀 별나다. 웬만해선 임직원을 ‘자르지’ 않고 누구를 급하게 중용하지도 않는다. 그는 “특출난 인재가 일을 주도하기보다 협력해서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효율적이다”고 설명했다.

CEO만 23년. 이제 자리 욕심은 없다. ‘부채비율 0%, 주택 분야 국내 1위 업체’가 그의 꿈일 뿐이다. 만만치 않은 목표다. 나이를 잊은 임사장이라면 가능하지도 않을까.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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