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사 조직적 비호 없었다" 군 검찰 발표 논란

  • 입력 2001년 5월 14일 17시 15분


군 검찰이 14일 박노항(朴魯恒) 원사를 기소하면서 박 원사의 도피 과정에 대한 국방부 합동조사단의 조직적 비호에 대해 사실상 ‘무혐의’ 판단을 내리자 군 안팎에서 ‘소극적 수사로 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비호세력 수사 결과〓국방부 검찰단은 98년 5월 도피중이던 박 원사의 휴가를 소급 처리한 당시 합조단장 김모 예비역 소장을 이날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서울지검에 넘겨 보강수사를 요청했다. 또 당시 부단장이었던 이모 대령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관련자료▼
- 박노항원사 군검찰 수사결과(전문)
- 병역면제 청탁 민간인 수사 본격화

군 검찰은 박 원사 도피 직후 박 원사를 만나 대책을 논의한 변모 예비역 준위와, 군 검찰에 박 원사 구명을 요청한 김모 예비역 중령도 서울지검에 넘겨 보강수사를 요청했다.

서영득(徐泳得) 국방부 검찰단장은 “김 전단장 등이 수사관들의 박 원사 접촉보고에도 불구하고 자수를 유도했을 뿐 적극적으로 체포하려 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합조단의 체계적 비호는 드러나지 않았으며 관련자(헌병 동료)들의 개별적 혐의만 인정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병역면제 청탁과 관련해 최소 1000만원에서 최대 3500만원까지 모두 21회에 걸쳐 3억2900여만원을 받고 2년11개월 동안 도주해온 박 원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뇌물)과 군무이탈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축소수사 논란〓군 안팎에서는 합조단을 비롯한 헌병 병과의 거센 반발을 의식해 군 검찰이 합조단의 조직적 비호에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당초 합조단 수뇌부에 대해 직무유기 혐의 적용을 검토해 왔던 군 검찰이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를 적용한 것은 수뇌부의 ‘비호’가 아니라 ‘판단 잘못’으로 치부해 버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합조단은 박 원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돼 출국금지 조치까지 내려진 상황에서 간부 6, 7명이 참석한 참모회의를 통해 그를 휴가처리하기로 했고, 이를 합조단장이 최종 결정했기 때문이다. 합조단은 또 박 원사에 대한 ‘도피 모임’과 허위 휴가조치 등에 대해 철저히 함구했고 관련자 문책도 하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합조단의 ‘조직적 직무유기’ 혐의가 짙은데도 불구하고 합조단 수뇌부에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만 적용한 것은 합조단의 반발과 여론의 눈총을 의식한 ‘적당한 타협’의 산물”이라며 “검찰로 넘어가면 기껏해야 기소유예로 끝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병역비리 수사〓검찰은 이날 박 원사에게 1000여만원을 주고 아들의 병역면제를 청탁한 혐의로 모 중소기업 이사 김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김씨를 포함해 군의관과 병무청 직원 등 10여명을 불러 조사했다. 또 병역면제 청탁자금 내용을 밝히기 위해 박 원사와 주변 사람의 수표와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또 원용수(元龍洙·구속중) 준위와 병역비리 브로커로 활동하다 99년 구속된 전 서울병무청 직원 정모씨(48·6급)를 소환 조사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군 검찰에서 넘겨받은 병역비리 혐의자 136명의 명단에는 없지만 박 원사와 관련없이 부정한 방법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사람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앞으로 전국적인 범위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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