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값비싼 윈도빼고 하드웨어만" '깡통PC' 봇물

  • 입력 2001년 5월 13일 19시 54분


‘깡통PC’를 아시나요?

운영체제(OS)를 비롯해 소프트웨어를 하나도 넣지 않고 ‘덜렁’ 하드웨어만을 파는 컴퓨터가 깡통PC. 이 깡통PC는 몇해 전 마이크로소프트(MS)의 가격정책에 반발하는 조립PC 상인들이 팔기 시작했다. 당시 상인들은 국내 윈도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비싸다고 주장하며 항의 차원에서 OS를 빼고 PC를 팔았다. 그러다 올 3월부터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이 본격적으로 이뤄지자 판매량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현재 용산의 선인, 나진, 터미널상가 등에서 팔리는 조립PC의 50% 이상이 깡통PC로 추정된다.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의 경우 불법 SW 단속이 한창이던 3, 4월엔 깡통PC 비율이 90%까지 올랐다. 이달들어 약간 비율이 떨어지긴 했지만 아직도 깡통PC 비율은 70%에 달한다.

깡통PC에는 당연히 소프트웨어 가격이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가격이 메이커 제품보다 싸다. 용산 전자상가의 경우 1㎓ 펜티엄Ⅲ CPU와 256MB 램, 30GB 하드디스크, 52배속 CD롬 드라이브를 갖춘 인기기종이 115만원선에 팔린다. 윈도를 설치한 제품 보다 14만∼15만원이 싼 것.

깡통PC는 사실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소비자들이 깡통PC를 그대로 구입해갈 경우 OS 등 소프트웨어를 불법복제해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문제. 결국 소비자가 값싸게 제품을 구입하는 대신 ‘OS는 스스로 알아서 하라’는 깡통PC는 OS 불법복제를 유도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또 OS를 스스로 설치할 수 있는 중급 이상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스스로 입지를 줄인다는 한계도 있다. 실제 용산에서는 많은 업소들이 메이커PC 전문점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상인들은 “깡통PC 판매는 어디까지나 고육책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용산 전자상가의 김용진 상우회장은 “깡통PC가 나오는 이유는 대기업과 조립PC 업계에 공급되는 OS 가격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은 대량주문을 통해 저가로 OS를 공급받는 데 비해 영세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으로 소프트웨어를 살 수밖에 없다는 것. 한때 단체구매 방식으로 구매단가를 낮춰보려고 했지만 MS측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김회장은 “사실 고객 처지에서는 기본적인 소프트웨어가 설치되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MS와의 가격절충을 통해 깡통PC 비율도 줄이고 불법소프트웨어도 근절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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