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세상]가슴으로 쓴 '보은 편지'

  • 입력 2001년 5월 10일 19시 14분


‘삶의 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대학 시기에 선생님들이 베풀어주신 배려와 도움으로 아직까지 사회생활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경기 부천시 역곡동 가톨릭대 최금자교수(경영학부·수녀)는 최근 10여년 전에 졸업한 한 제자로부터 뜻깊은 편지 한통을 받고 가슴이 뭉클했다.

1990년에 회계학과를 졸업한 정모씨(34·여·회사원)는 스승의 날을 전후해 그동안 3, 4차례 ‘감사의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이번엔 정성껏 모은 500만원을 편지에 동봉했다.

86년 회계학과 수석으로 입학한 정씨는 자영업을 하던 홀어머니의 사업실패로 2학년 때 학업을 포기할 뻔할 정도로 위기를 맞기도 했었다.

당시 최 교수는 “가정형편으로 중퇴하면 크게 후회하게 된다. 이 고비를 잘 넘겨보자”며 정씨에게 졸업 때까지 ‘특별장학금’을 배려해주었다.

아직 미혼인 정씨는 “학교와 교수님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은 있었으나 그동안 물질적인 보은을 하지 못해 송구스러웠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작은 은혜를 잊지 않고 되돌려주려고 애쓰는 제자의 따뜻한 마음이 더욱 고귀한 선물”이라고 말했다.

<박희제기자>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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