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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9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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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처의 맏형인 재정경제부의 간부들은 요즘 이런 말을 자주 한다.
국민생활과 기업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책사안들인데도 금시초문이라는 반응들이다. 여당이 불쑥불쑥 ‘대책’을 내놓기 때문이다. 재경부 담당 공무원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고 반문하곤 한다.
정부의 재벌개혁정책에 따라 98년부터 대기업에 적용된 ‘부채비율 200%’ 원칙을 민주당측이 이달 3일 갑자기 ‘탄력운용’하겠다고 밝혔을 때도 정작 재경부 담당국장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민주당은 선심 쓰듯 무역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이런 내용을 공개했다. 재경부는 처음에는 ‘모르는 일’이라며 부인했다가 뒤늦게 ‘금감위 사안’이라고 둘러댔다.
요즈음 추가경정예산 짜기도 재경부보다는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다. 민주당에서 “5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해 6월 임시국회에 올리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 재경부 관리들은 ‘난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기에 급급했다. 해명자료라도 내야 하지 않는냐는 질문에 ‘어떻게 일일이 해명자료를 돌리느냐’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마침내 진념(陳稔) 재경부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공개적으로 민주당 주장을 반박하기에 이르렀다.
이뿐만 아니다. 지방 건설경기를 살리는데 초점을 맞춘 양도소득세 인하방침도 민주당 최고위원 워크숍에서 발표됐다. 재경부는 이에 대해 “양도소득세 인하방침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여당과 정부간에 합의되지 않은 사안들이 여당측 입을 통해 마구 흘러나오고 있다. 실행 가능성이나 정책의 신뢰성은 뒷전인 채 ‘한탕주의’식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행정부는 정치권의 뒷수습에 매달려있는 형국이다. 내년 선거를 염두에 둔 여당쪽의 ‘선심정책’이 벌써 시작됐다면 그 부작용의 고통은 누구의 몫으로 떨어질 것인가.
최영해<경제부>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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