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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6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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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6일 ‘국내 항공산업의 현안 및 문제점’이란 보고서에서 “정부가 국내 항공제조 업체들의 기술력과 시설, 사업경험 등을 도외시한 채 통합법인에만 독점적 사업권을 보장해 국고 낭비와 중복투자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업계 특성을 무시한 빅딜의 문제점은 전문가들에 의해 여러 차례 지적됐지만 해당업체가 빅딜 정책의 폐해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어서 재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항공제조 산업은 대우중공업 대한항공 삼성항공 현대우주항공 등 4개 업체가 중복투자로 고전하다 정부 주도의 빅딜에 따라 99년 10월 △대우중공업의 항공부문 △삼성항공의 항공기기체 부문 △현대우주항공 등을 합한 통합법인이 출범했다. 삼성항공의 항공기 엔진부문과 대한항공의 항공 제조부문은 “독자적으로 생존할 자신이 있다”며 통합대상에서 빠졌다.
정부는 이에 따라 통합법인에 대해 △신규사업의 독점적 사업권을 보장하고 △F16 전투기 20대를 추가 발주해 일감을 만들어주며 △출자전환 등 각종 금융지원도 해줬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서상묵 상무는 “통합법인에 혜택을 주는 것은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므로 문제삼지 않겠지만 이미 기존 업체가 국제적으로 경쟁 우위를 인정받은 사업까지 통합 법인으로 넘기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등을 떼밀어 만든 회사가 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제원리와 상관없이 무조건 밀어주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통합법인은 외자유치에 차질을 빚어 작년말 출자전환과 차입금 상환유예 등으로 5000여 억원을 지원받는 등 경영 난맥이 계속되고 있다.
재계는 항공 외에 반도체 철도차량 석유화학 등 다른 업종의 빅딜도 사실상 실패로 드러난 만큼 차제에 빅딜 정책의 공과(功過)와 책임 소재를 따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대한항공은 “방산물량을 따내지 못한 탓에 해외 수출시장 개척에 주력해 올해 사상처음으로 항공기 부품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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